"세상이 꾸는 꿈 말고 '내 꿈'을 꾸세요"

커피트럭 타고 여행하는 청년 김현두

등록 2014.03.03 09:26수정 2014.03.0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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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김현두씨가 커피를 타고있다. ⓒ 김현두


"2012년 4월. 한 남자가 2년 동안의 긴 여행을 시작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와 단둘이 살던 그였다. 하지만 그가 20대가 되면서 아버지마저 돌아가시자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들었다. 그게 계기였다. 20대 끝자락에 서서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남들과 다를 바 없이 살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 이제 혼자니까 내 마음껏 놀아보자.' 이게 여행을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지난 1월 16일 전주에 있는 카페 '빈센트 반 고흐'에서 이 사연 속 남자 김현두씨(33)를 만났다. 김씨는 2012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여행을 하는 중이다. 다른 30대 초반의 한국 남성들과 비교하면 조금은 이례적인 행보를 걷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그냥 여행만 하는 건 아니다. 특별한 커피트럭을 타고 '이동형 노점'을 하며 여행을 한다. 다른 여행자들과는 다른 점이다.

2012년 4월부터 김씨의 여행에는 김씨가 직접 개조한 커피트럭 '공간이'(김씨는 이 커피트럭을 '공간이'라고 불렀다)가 동행하고 있다. 공간이는 김씨가 2012년 봄,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만났다. 2012년 3월, 공간이를 구입해 한 달 동안 개조했다. 작은 트럭에는 핸드드립 커피를 만들 수 있는 기계 등이 설치되어 있다.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의 사진, 선물 등으로 꾸미기도 했다. 김씨가 이렇게 이동형 노점을 하며 여행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커피는 제 여행의 수단입니다. 그것 말고도 제 궁극적인 꿈이 고향 시골에 사랑방 같은 카페를 만드는 건데요. 앞으로 그런 카페를 만들 거라면 무엇보다 커피와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해 커피를 만들게 됐습니다."

커피와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으로 초기에는 많은 카페를 찾아다녔다. 1년에 찾아다닌 카페만도 100여 곳.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다녀본 카페를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통해 알렸다.

이렇게 돈을 벌며 여행을 하는 건 김씨가 본 책 속 이야기를 현실로 옮겨본 것이기도 하다.


"<내 가게, 하고 싶다>라는 책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파는 노점 이야기를 본 적이 있어요. 그걸 보고나서 트럭을 만들어서 돈만 버는 노점이 아니라 여행하며 여행경비를 자급자족하는 커피트럭으로 완성해보자고 생각했죠. 최소한의 경비 마련을 위해 여행을 하며 커피를 팔고 있습니다."

김현두씨의 커피트럭 공간이 ⓒ 김현두


오랜 기간 여행을 하면서 김씨는 정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무엇보다 생활고가 컸다. 커피가 기본적인 여행자금을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커피를 팔아서 생활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덕분에 돈에 대한 배움도 얻었다.

"돈 없이 여행하며 느낀 건 돈이 소중하다는 것 그리고 돈 없어도 적당히 살고 적당히 화목할 수 있다는 겁니다. 돈이 나의 삶을 짓눌러도 살 수 있는 여유도 배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돈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초반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돈에 대하여 염려하거나 걱정하지 않습니다. 돈이 주는 불편함을 알기에 돈이 걱정되지는 않아요."

여행을 하면서 느낀 어려움 가운데 또 하나는 외로움이었다. 여행 초반에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왜 이 여행을 했을까?' 후회를 했다.

"대한민국에 5000만 국민이 살아가는데 거기서 저 혼자 외톨이처럼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외로움이 컸어요. 장기간 좋아하는 사람들과 떨어져서 홀로 여행하는 것도 힘들었구요. 하지만 다 초반 1년의 이야기입니다. 이젠 이런 외로움에 통달했죠. 외로워서 좋은 점도 있습니다. 혼자 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여행을 하는 데 큰 동기부여로 작용했어요."

이렇게 해서 다닌 곳은 제주도·남도·부산 등 주로 남해안 주변이었다. 도시의 삭막함이 싫어서 떠난 여행이었다. 전국일주라고 정해놓고 꽉 짜인 일정으로 여행을 하기보다는 더 여유로운 여행을 원했다. 그런 여행길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김씨는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 중 제주도에서 만난 17살 여학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손꼽았다. 학생은 혼자 제주도에서 3주 동안 여행을 하던 중이었다. 부모님에게 여행계획을 세워서 알리고 예산을 받고 여행을 하고 있었다. 김씨는 그 학생의 여행을 매우 부러워했다.

"그 친구의 젊음이 부러운 게 아니에요. 수많은 어른을 만나며 열일곱의 나이에 20살, 30살, 40살의 사람들의 인생을 간접적으로 접하게 되는 게 부러웠어요. 17살에 많은 여행자의 삶을 경험하고 체험했다고 생각하니 너무 부럽고 좋은 거 있죠. 그때 만남이 인연이 되어 그 학생과는 지금도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생활고와 외로움 등으로 힘든 시간도 겪었지만 2년 여 시간 동안 여행을 멈추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김씨는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이 보이지 않게 든든한 힘이 됐다"며 "여행을 하면서 만난 풍경, 사람, 감정들을 사진과 글을 통해 매일같이 남겼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그의 여행을 도왔다. 사회관계망(SNS)으로 만난 친구들의 도움으로 10일 동안 겨우 만 원만 가지고 산 적도 있다.

김씨의 현재 꿈은 계속 여행을 하는 게 아니다. 고향인 전북 진안에 카페를 만들겠다는 꿈이 있다. 여행은 그 꿈을 위한 첫 발걸음이었다. 김씨는 꿈 없이 사는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도 덧붙였다. 김씨는 "지금 하는 일이 과연 내가 좋아서 이 일을 하는 건지 아니면 내가 아닌 다른(부모, 친구, 세상) 것들이 나에게 만들어준 꿈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내가 지금 누구의 꿈을 꾸고 있는 건가를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꿈을 꾸는 건 청춘에게 당연한 거지만 누구나 꾸는 꿈이 아닌 남들이 꿀 수 없는 나만의 꿈을 꾸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말도 안 되게 유치한 꿈도 꿈이 될 수 있어요. 이루기 어렵더라도 나만의 꿈이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아하! 한겨레> 31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김현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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