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불빛' 켜진 단원고 운동장제주도 수학여행에 나선 뒤 '세월호' 침몰사고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과 인솔교사들이 실종되어 일부는 시신으로 발견되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후 비가 내리는 단원고 운동장에서 수백명의 학생들이 '조금만 더 힘내자' '모두가 바란다. 돌아와줘' '희망 잃지마' 등이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권우성
이날 자리는 단원고 학생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그는 이날 오후 "후배들 위해서 다같이 마음 모아 메시지 전달을 해볼까 해, 모두 다같은 마음 갖고 있으니까 모여서 간절함 전할 수 있게 하자"라고 제안했고, 이 글이 SNS를 통해 확산되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게 됐다. 단원고 학생회장은 "이건 시위도 아니고 집회도 아니야, 우리의 간절함을 전하는 염원의 시간"이라고 행사 취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의식은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차분히 진행됐다. 의식이 약속된 오후 8시가 되자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학생들이 끊임없이 모여들었다. 단원고 학생회 소속 학생들은 오로지 육성으로 참가자들을 통솔했고, 많은 학생들을 안전하게 운동장으로 이끌었다. 이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잘 하지 않았고, 카메라 촬영에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언론의 과도한 취재로 마음이 불편한 모습이었다.
오후 9시, 한 시간 동안의 준비 끝에 운동장에 선 학생들은 준비해온 종이를 꺼내들었다. 실종된 친구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짧은 문구들이 적혀 있었고, 종이 뒤로 휴대전화 플래시를 비췄다. 비가 내리고 종이가 젖어갔지만 학생들은 그대로 한 시간여를 가만히 서 있었다. 종종 울음을 터뜨리는 학생들이 대열에서 빠졌지만 대부분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를 지켜보던 자원봉사자들과 실종자 가족들도 눈물을 흘렸다. 사진기자들도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고 촬영에 임했다.
행사에 참가한 한 학생은 "친구가 너무 보고 싶은데,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답답했다"라며 "우리가 비록 아무 힘이 없지만, 친구 어머니, 아버지에게 힘이 돼 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가족 분들이 힘들지 않게 기자들이 조심해주셨으면 좋겠다"라며 "친구들이 돌아올 수 있게 도와 달라"라고 당부했다.
"우리 다시 만나기로 했잖아... 제발 살아만 있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