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건' 2일째인 17일 오전 전남 진도 인근해 침몰현장에 세월호 선수의 일부가 보이는 가운데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희훈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이지만 선박사고, 특히 여객선 사고에는 둔감했다. 해양강국을 목표로 해양수산부를 부활시키고, 국민 안전을 강조하며 부처 이름을 '안전'행정부로 바꾼 박근혜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안전 불감증의 대가는 컸다. 19일 오후 8시 현재 세월호 침몰사고 사망자는 32명, 실종자는 270명이다.
<오마이뉴스>는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국민안전 종합대책'에 해양 분야는 없다는 걸 18일 확인했다. 정부는 발표 자료에서 "부처명칭을 '안전행정부'로 변경한 국정의지를 반영하여 국민 안전 강화를 위한 총력 대응 체제를 갖추고자 한다"고 밝혔지만 아예 포함시키지 않은 분야가 있던 것이다.
안전행정부(장관 강병규)는 2013년 5월 13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만든 '국민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핵심 국정목표인 안전한 사회 구현을 위해 수립한 박근혜 정부의 안전관리 로드맵"이라고 소개했다.
또 3대 유형으로 나뉘는 21개 핵심 안전관리 분야를 선정했다. '최근 사건·사고 발생으로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분야(A유형)'로는 4대악 범죄 등 10개, '매년 대규모 피해가 반복되는 분야(B유형)'로는 자살, 풍수해 등 6개가 선정됐다. 마지막 C유형, '아직 큰 피해가 없으나 대규모·복합적 사고가 우려되는 분야'로는 지진, 원자력, 대형화재가 있다.
바다 위 여객선... 정부 안전대책에 없다그런데 어느 유형에도 '바다'는 없다. 세월호 침몰 같은 대형 여객선 사고는 충분히 C유형으로 볼 수 있을 텐데, 전혀 관련 내용이 들어있지 않았다.
해양안전을 책임지는 해양수산부(장관 이주영)의 '2014 국가안전관리 집행계획'을 봐도 비슷했다.
대형 여객선 사고는 크나큰 인명피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국가가 관리해야 할 위기로 꼽힌다. 해양경찰청의 2007~2012년 해상조난사고 통계를 봐도 선박 1척당 사고 인원 수는 여객선이 가장 많다. 이 기간 전체 선종의 연 평균 사고선박 수는 1445.8척, 1척당 사고인원은 6.1명이었다. 그런데 여객선 해상조난사고는 매년 11.7척꼴로 일어났지만, 1척당 사고인원은 120.8명으로 전체 평균의 20배에 가까웠다.
한 예로 2012년 7월 7일에는 경상남도 사천시 삼천포신항에서 제주도를 향하던 여객선 제주월도호가 발전기 고장으로 출항 30여분 만에 바다 한가운데에서 멈춰 서는 일이 벌어졌다. 10시간 가까이 바다 위에서 불안에 떨던 승객 81명은 다행히 무사했다. 승객과 승무원이 전부 구조된 2011년 설봉호 화재 때에도 그 피해 인원은 128명에 달했다.
특히 제주도행 여객선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2010년부터 꾸준히 연 200만 명을 웃돌고 있다. 부산지방해양항만청 제주해양관리단에 따르면 제주를 기점으로 운항하는 연안여객선들은 2010년 228만 명, 2011년 280만 명, 2012년 274만 명, 2013년 291만 명을 수송했다. 제주도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 항로 수도 2010년 6개에서 지난해 9개로 늘어났다. 수학여행지로 제주도를 찾는 학교도 많다.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이 조사한 '2013년 수학여행 실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항공기와 선박을 이용해 제주도를 다녀온 학교는 1538곳이었다.
그러나 '2014 국가안전관리 집행계획'에는 여객선이란 단어가 딱 여섯 번 나온다. 위기 유형으로 '여객선 등 다중 이용 선박의 사고발생으로 인해 대규모 인명피해'라고 쓰인 것 말고는 모두 담당부서를 안내하는 내용이다.
여객선 사고와 연관 있는 '해상안전(사고·테러) 대책'이 나오긴 하지만, 선종에 상관없이 적용해야 하는 대책들 중심이다. 나머지 대책들은 해적피해대비나 수출입위험물 안전관리 등 주로 외항선과 연관 있었다. '위기 대응시스템'이란 큰 틀에선 세월호처럼 국내 연안을 오고가는 내항여객선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