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의원 밥값, 의회 사무처가 거짓문서 꾸며 대납

시의회 직원 "이제까지 관행"... 국회의원도 동석·사건 불거지자 시의원 사퇴

등록 2014.05.22 17:49수정 2014.05.2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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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의회 사무처가 한 의원이 사전선거운동을 하면서 부녀회원들과 함께 식사한 금액을 해당 모임과는 상관없는 의회운영 업무추진비로 내부결재를 하고 지출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 조정훈


경북 안동의 한 시의원이 현역 국회의원, 부녀회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밥값을 외상으로 처리한 후 20여일이 지난 뒤 시의회 사무처를 통해 지불하도록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더구나 시의회 사무처는 의원들이 함께 식사를 하지 않았음에도 식사를 한 것처럼 거짓내용으로 내부결재를 한 후 지출결의서를 위조해 대리지불한 것으로 밝혀져 시민의 세금이 의원들의 쌈짓돈으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들고 있다.

안동시의회 천진숙 의원은 지난 3월 30일 오후 7시경 안동시내 한 음식점에서 관변단체 부녀회원 15명과 함께 식사를 하며 자신을 지지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 자리에는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광림 의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안동시 마선거구 예비후보이기도 했던 천 의원은 식사자리가 끝난 뒤 밥값이 얼마냐고 물었고 "다른 사람이 와서 낼 것"이라며 밥값 19만원을 외상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20여일이 지나도 음식값이 결제되지 않자 식당 주인은 천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갚을 것을 요구했다.

천 의원은 시의회에 음식값을 계산하라고 요구했고 의회 담당 공무원은 식당에 전화를 걸어 얼마냐고 물은 뒤 4월 22일 식당을 찾아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돌아갔다. 의회는 그러나 "웅부공원에서 열리는 2014 부처님 오신 날 봉축탑 점등식에 참석하는 의원들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식사를 제공했다"며 허위로 내부문서를 작성하고 지출결의서도 거짓으로 결제했다.

이후 사건이 알려지자 안동시선관위는 사전선거운동 혐의가 있는지를 확인한다며 식당 주인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조사했다. 안동경찰서도 수사에 착수해 식당 주인을 불러 조사를 벌이고 천진숙 시의원과 김광림 의원에 대해서도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가 시작되자 천진숙 의원은 지난 12일 의원직을 사퇴하고 예비후보에서도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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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의회 사무처가 의원들이 하지도 않은 간담회를 갖고 식사를 한 것처럼 거짓으로 지출결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 조정훈


이에 대해 안동시의회 관계자는 "그동안 의원들이 식사를 한 후 결제를 해달라고 요청하면 관행처럼 해왔다"며 "의원들을 일일이 따라다닐 수도 없고 믿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의원님들이 식사를 하면 통상적으로 의정활동으로 보기 때문에 집행을 했다"며 "뒤늦게 사건이 불거져 시끄러워지자 본인이 사퇴를 하고 출마를 하지 않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동의 시민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사건이 발생하자 새누리당이 천 의원을 사퇴시키고 꼬리자르기로 끝내려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광림 의원도 동석한 이유를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이런 행태가 과거부터 이어져온 관행이었다면 불법선거의 일상화가 이루어진 심각한 사안인 동시에 관행 근절을 위한 대대적인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위한 개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준래 안동시민연대 대표는 "이번 일이 그간의 관행처럼 행해져왔던 것이라면 바로잡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며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후보들이 불법을 저지르는 것에 대해 수사당국의 수사결과와 새누리당의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천진숙 의원은 처음에 부녀회원들과 식사한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연락을 취하자 닿지 않았고, 김광림 의원은 수사중인 사안에 대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안동시의원 #선거운동 #외상 밥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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