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기 위해, 6월 28일 '세월호 버스'를 탑시다

세월호 두 달... 또 다른 참사를 막기 위해

등록 2014.06.25 11:26수정 2014.06.2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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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오전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459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해양경찰청이 공개한 구조작업 모습이다. ⓒ 해양경찰청 제공


2014년 4월 16일. 답답한 학교를 벗어나 들뜬 마음으로 수학여행 길에 오른 고등학생들을 태운 배가 침몰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후 '탑승자 전원 구조'라는 언론보도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마음을 쓸어내리며 출근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마다 바뀌는 언론보도를 보며 '설마 아니겠지, 아닐 거야, TV로 중계까지 하며 대한민국 국민이 다 지켜보고 있는데', 설마 설마하면서 한시도 인터넷 보도에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신을 믿지도 않으면서 하느님, 부처님, 성모 마리아님을 찾으며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내가 보고 있는 이 장면이 누군가의 마지막이 되질 않길 간절히 바랐습니다. 하지만 전 참혹한 현장의 목격자가 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벌써 두 달이 지났습니다

제대로 꽃도 피워보지 못한 단원고 학생들이 죽었습니다. 제2의 인생을 꿈꾸며 귀농하던 가족들이 죽었습니다. 초등학교 동창생들과 꽃구경 가던 우리네 부모님들이 죽었고, 단 한명이라도 더 살리려고 본인의 구명조끼를 벗어준 노동자도 죽었습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을 따랐던 수많은 사람들이 바다 속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가만히 있으라.' 그 말이 귓가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해경이 도착했다며 구조될 거란 희망을 품었던 18살 단원고 학생들이 비참하고 참혹하게 수장되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죄책감으로 눈물만 흐릅니다. 마지막 순간에도 친구들을 걱정하고, 선생님을 걱정하던 그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자꾸 떠올라 하염없이 눈물만 흐릅니다.

아내를 구하지 못하고 혼자 살아남은 남편이 진도체육관 한구석에서 죄인처럼 앉아 있는 모습과, '우리 사위, 손자 좀 찾아달라'는 손팻말을 들고 다니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도대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던 국가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화가 납니다. 함께 배를 탔지만 학생들을 더 구하지 못했다며 눈물 흘리는 생존자의 모습을 보며 무능한 재난시스템에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왜 이들이 죄인이고, 왜 이들이 애원해야 합니까?

살릴 수 있었음에도 살리지 못한 무능한 정부가 죄인이고, 구조하겠다는 민간 잠수부들을 막아섰던 해경이 죄인 아닙니까? 그런 급박한 순간에도 세월호 구조자들의 응급진료를 위해 마련된 장소에서 사발면을 올려놓고 먹는 고위 공직자가 죄인이고, 부모형제를 모두 잃은 아이와 사진을 찍던 국가 최고책임자가 죄인이거늘, 왜 산 자들이, 가족을 잃은 이들이 체육관 바닥에 무릎 꿇고 애원해야 하는지 가슴이 찢어지는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두 달이 넘게 지나고 있습니다.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12명의 실종자가 있지만 언론에서는 월드컵 중계만을 하며 세월호를 잊으라 합니다. 진도 팽목항에는 아직까지 사랑하는 가족을 애타게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날 극적으로 살아 돌아온 생존자들은 잊을 수 없는 그날의 충격으로 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책임져야 할 자들이 책임지지 않고 그날의 기억을 덮으려고만 하는 파렴치한 정권을 향해 이 참혹한 참사의 수많은 목격자들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외치며 거리로 나왔습니다. 잊지 말아 달라고 절규하는 유가족들도 거리로 나왔습니다.

국민 목소리 듣지 않는 정부는 더 이상 정부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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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 진상규명 촉구하는 시민들 21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대회에서 시민들이 비를 맞으며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희훈


불의에 저항했던 우리는 늘 외쳤습니다.

"진상규명하라! 책임자 처벌하라! 그리고 잊지 않고 행동하겠노라!"

2009년 서울 용산에서 무고한 시민 5명이 죽임을 당했을 때도, 25명의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가족들이 목숨을 잃었을 때도, '배고파서 못살겠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삼성 노동자의 죽음 앞에서도, 활동 보조인이 없어 1m 밖을 나오지 못해 화마 속에 목숨을 잃었던 장애인 앞에서도 우린 외쳤었습니다.

그 수많은 죽음들 앞에서 우린 늘 외치고 늘 거리에 서 있지만 정작 우리들의 소리를 들어야 하는 정부는 언제나 그러했듯 자신들의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떠넘깁니다. 그러고는 개혁을 한답시고 모든 죄를 개인의 잘못으로 몰아 한 사람에게 총대를 매게 하는 식으로 모든 것들을 덮으려고만 합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 또한 예전과 다르지 않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모든 책임을 해경과 선장 등에게만 묻고 있지 않습니까? 해경이 해체되고 선장이 형을 받는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의 죄를 덮어씌울 희생양을 찾는 데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해경과 선주, 선원들에게만 이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마치 정부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처럼 언론보도를 조장하고,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아서고 있습니다.

물론 세월호 선장이 죄가 없는 건 아닙니다. 탑승객들을 뒤로 한 채 본인만 살겠다고 탈출을 하였으니 그 죄를 호되게 물어야지요.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사고'를 '참사'로 만들어 버린 정부입니다. 정부가 허용한 무리한 증축은 배의 침몰 원인이 됐습니다. 배가 침몰하기 전 골든 타임 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습니까.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참사 이후에도 규제완화를 외치는 반성할 줄 모르는 정부를 놔두고 어떻게 재발방지를 말할 수 있겠습니까.

잊으면 또 다른 참사는 계속 생길 수밖에 없기에, 저항하는 시민들은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잘못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정부는 공권력을 동원한 폭력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외치는 수많은 대학생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하고, 청와대로 가서 책임을 묻겠다는 수백 명의 시민을 연행하고 구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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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할매들, 경찰 폭력 규탄 상경 시위 765kV 고압 송전탑 저지 농성 중인 경남 밀양주민과 수녀, 신부, 시민단체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 경찰청앞에서 지난 11일 행정대집행 강행과 이 과정에서 벌어진 경찰의 폭력을 규탄했다. ⓒ 권우성


이 정권의 폭력은 이제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억울하게 죽은 동지 앞에 눈물조차 흘리지 못하는 노동자들과 유가족에게 최루액을 난사하고, 송전탑 건설을 중단하라며 알몸으로 저항하는 일흔 넘은 할매들을 경찰력으로 짓밟으며 살인적인 강제철거를 자행하는 것이 이 정권입니다. 이젠 우리 모두 가만히 있지 않아야 합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정부는 더 이상 정부가 아님을 우리가 그들에게 알려 줘야 할 때입니다.

잊지 맙시다. 그리고 우리 기억합시다. 4월 16일, 침몰한 건 세월호가 아닌 대한민국임을 잊지 맙시다. 지금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세월호 실종자를 기억하고, 따뜻한 밥 한 끼 해먹이고 싶다고 말하는 실종자 가족들의 손을 잡아줍시다. 함께 합시다. 우리의 힘으로 해낼 수 있습니다.

그 많던 카메라 플래시는 브라질 월드컵으로 향하고 있고, 가만있지 않겠다고 말했던 수많은 촛불들도 하나, 둘 사그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함께 기억하고 행동하는 우리가 있는 한, 또 다른 세월호 참사는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 다시 힘을 모아 6월 28일 출발하는 세월호 버스에 우리 모두 탑승합시다. 우리 모두가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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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버스' 웹자보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정영신님은 용산참사 유가족으로, 용산참사 진상규명위 활동가입니다.
#세월호 버스 #세월호 #용산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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