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정아가 공부하는 책들강준희씨는 딸을 위해서라도 불법적이지 않은 온전한 일자리를 찾고 싶다고 거듭 말하며 애틋함을 드러냈다.
김지은
그러나 희망리본사업의 통폐합 선언과 함께 이들의 희망도 날아갈 위기에 놓였다. 통폐합 논의가 진행되던 지난 10월 10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영등포 쪽방으로 현장 시찰을 나와 '이 사업은 고용이 아닌 복지에 가깝다. 복지부에 남아야 한다'고 공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성주, 송호창 의원, 새누리당의 이명수 의원 등 여야를 불문하고 토론회에서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기획재정부는 불통이었다. '청와대에서 유사사업 1순위로 주장하기 때문에 살릴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12월 2일에는 자동으로 예산이 부의되기에, 타협의 여지는 없었다. 구체적인 검토나 뚜렷한 논리적 이유도 없이 귀중한 복지 사업의 소멸이 결정된 셈이다.
희망리본사업의 복지사들은 정부의 판단과 달리 이는 취업성공패키지와는 다르다고 설명한다. 취업성공패키지는 '준비된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과 중심 사업이다. 정해진 개월 수 내에 주어진 면접 기회를 잡지 못하면 자동으로 탈락되는 시스템이다. 반면 희망리본사업은 대상자들의 근로 의욕과 일할 여건 조성이라는 기초적 토대를 세워주는 복지 사업이다. 대상자에게 '일자리'를 준다는 것보다는 '삶의 터전'을 마련해준다는 목적이 강하다.
실제로 일자리매니저 김정숙씨는 취업성공패키지 사업단에서 일하다 희망리본사업으로 넘어오기도 했다.
"처음에 여기로 넘어왔을 때는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열악한 사람들을 어떻게 취업시키나. 너무 힘든 분들이라 좋은 서비스가 있어도 찾아서 등록할 여력도 안 되시거든요. 하지만 미혼모에게 육아서비스를 연계해주고, 언어장애가 있는 분에게 치료서비스를 도와주면 그들은 금방 혼자서도 일어설 수 있어요." 2014년의 국회는 '무상 복지'에 대한 논쟁으로 들끓었다. '무상' '공짜'의 홍보성 용어에 목매는 여야 정쟁 속에 가난한 이들의 상처는 재생산되었다. 그리고 정작 힘든 이들의 손을 잡아주었던, '무상'의 프레임에서 벗어난 성과율 높은 자활 사업은 폐지의 위기에 놓여있다.
예산삭감 결정 후 10월 27일 열린 희망리본사업 공청회에서 보건복지위가 발언한 "정부의 사업은 예산이 아닌 국민을 위한 것이다"라는 일침이 아프다. 포퓰리즘성 복지 논쟁이 겨울바람보다 매섭게 취약계층을 후려친 2014년, 그들의 마지막 희망도 사그라지는 2015년은 올해보다 더 추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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