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인턴이나 저연차 상근 활동가들은 주업무 외 행사 준비 등의 단순 잡무에 시달린다. (위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함)
함규원
이런 세대차는 민주적이어야 할 시민단체가 전혀 민주적으로 운영되지 못한다는 비판을 낳는다. 김주호(29) 참여연대 간사는 "시민단체의 평화팀에 평화가 없고 복지팀에 복지가 없고 노동팀에 노동만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며 "활동가로서 주체성 있게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틀에서 억눌리게 된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시민의 권복희(37) 사무국장은 "선배들은 다 안다는 식의 소통 분위기가 청년 활동가들이 기획에 참여할 기회를 가로 막는다"며 수직적 의사소통의 폐해를 꼬집었다.
정권 교체나 지방자치단체장의 성향에 따라 시민단체의 운명이 바뀌는 현실도 청년활동가들을 떠나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한 환경단체의 경우,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한 후 이에 따른 지원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독립사업부를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사실상 두 개의 단체로 쪼개졌다.
해당 단체의 관계자는 "시민단체에도 정통성이란 것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바뀔 때마다 변하는 시민단체의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강원도의 한 도시에서 환경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는 매년 해당 시에서 1억 원 가량의 예산을 지원받아 활발한 사업을 해왔으나 지자체장 교체 등으로 2012년부터 지원금이 끊겼다. 그러자 두 명의 청년간사가 일을 그만 두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 장기적인 '비전(전망)'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청년활동가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다. 민언련 조영수 사무처장은 "(활동가로서) 미래 비전이 없다는 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보통 활동가로 5년차가 되면 미래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고 한다. 사무처장직은 정년까지 지속하기에는 노동의 신체적, 정신적 강도가 높다.
단체의 대표를 맡게 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음 사람에게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시민사회에서 쌓은 전문성을 활용할 만한 직업이 많지 않다. 정계로 진출하거나 단체를 설립해 독립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어느 쪽이든 경제적으로나 업무량으로나 더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조 사무처장은 "시민단체에 오래 있었던 선배들 중 (시민활동을) 그만둔 분도 많은데 그 분들이 후배들에게 비전을 줄 만한 곳으로 갔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권복희 사무국장은 "60세가 넘어도 이 영역에 있고 싶은데 45세 이후에 할 게 없다고 생각하면 서글퍼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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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은 없고 '각오'만 강요... 젊은 활동가가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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