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목 집중된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4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발표 생중계를 여의도 정치권에서 지켜보고 있다.
남소연
박근혜 대국민 담화 요약(@po******)
1. 어쨌거나 미안하다.2. 하지만 하야는 하기 싫다.3. 순실이는 청와대 드나들었다.4. 외로워서 그런 거다.5. 순실이네 아빠 사이비 아니다.6. 좌우지간 하야는 하기 싫다. 너네가 좀 참아라.박 대통령의 담화 직후, 트위터를 달군 한 사용자의 담화문 요약문이다. 본인에 대한 알맹이는 빠진, 딱 이만큼의 사과문이었다. 심지어 "사교" 운운하며 부인하는 대목에선 "그래도 최태민, 최순실이냐"는 아연실색하는 반응 일색이었다.
여기에 첨언을 하자면, 박 대통령은 실제 사법수사에서 문제시 될만한 표현들도 최대한 걸러낸 것으로 보인다. "실망" "염려" "마음의 상처" "진심" "사과" "선의의 도움" 같이 "순수한 마음"과 같은 박근혜식 표현과 화법은 배제하고, 핵심만 추려 보자.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이 모든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입니다. 저의 큰 책임을 가슴 깊이 통감하고 있습니다."박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이 정도다. 수천억 원, 아니 수조 원이 투입된 정권 주요 정책에 최순실씨와 측근들이 적극 개입한, 아니 박 대통령이 결재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국정농단이란 사실은 차치하자. 그 '문화융성'이나 '창조경제' 정책의 실효성이 허구였음이, 그 와중에 물 쓰듯이 써 버린 세금은 잊은 채로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을 강조하다니.
박 대통령은 여전히 문화융성이니 창조경제니 하는 정책들이 "우리나라의 미래성장동력" 임을 믿고 있는 것이다. 적반하장인 것은 그 실패한 주요정책을 두고 "정성을 기울여온 국정과제들까지도 모두 비리로 낙인찍히고 있는 현실도 참으로 안타깝습니다"라고 한 대목이다. 언론과 야당, 국민들이 '비리'로 낙인찍었다니, 책임전가도 도를 넘었다.
더욱이, 박 대통령은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앞으로 기회가 될 때 밝힐 것"이라고 했다. 검찰이나 특검 조사 과정에서 조율하겠다는 뜻으로 비친다. 국민 앞에서 진심으로 사과를 해본 적이 없는 박 대통령답다. "무엇을 잘못했고, 그래서 사과한다"는 '사실'은 물론 '진정성'도 전혀 없어 보였다. 그저, 세월호 참사 당시 대국민담화 때와 마찬가지로 눈물만 그렁했을 뿐이다.
"어제 최순실씨가 중대한 범죄혐의로 구속됐고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체포돼 조사를 받는 등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검찰은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이미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에도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했습니다.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습니다."특히나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대통령의 검찰 조사는 분명 최초다. 하지만, 그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인정했지만, 우병우 민정수석을 앞세운 청와대와 검찰의 커넥션을 의심받았던 대통령이 검찰에게 엄정한 사법처리를 주문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통치권과 자신이 임명한 내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검찰 조사를 받겠다는 것이 상식적인가. "최대한 협조" "적극 협조"라는 표현이 기만적인 이유다.
"사이비 종교나 굿에 빠지지 않아서" 다행인 대통령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