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총리 내정자는 "박 대통령이 나라가 어렵다. 국가가 어렵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나와 마찬가지로 국민적 신뢰를 상실하고 이런 상황에 이르렀다. 어떻게 하면 좋겠나'고 도움을 청했다고 이야기했다.
유성호
- 자진사퇴는 없다는 것인가."그렇다. 그리고 애초에 (이런 상황에서의 총리직이) 쉬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근데 (수락하던)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오히려 더 국정상황이 나빠졌다."
- 대통령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는 건가."지금 국정 곳곳에 여백이 있잖나. 언제 터질지 모르는 문제들이 더 심화됐다. 이 때문에 (여야) 합의를 독촉하고 있는데, 나 혼자 편하려면 아예 (총리직을) 수락하지 않았다. 쉽게 통과될 거라고 생각한 적도 한 번도 없다. 상황이 더 안 좋아졌는데, 내가 그만둘 수 없잖나. 그리고 계속 이야기할 거다. 이렇게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듯이, 빨리 (여야가) 합의하라고 수시로 말할 것이다. '왜 당신들 합의 못 해', '사라질 사람(자신)을 핑계로 합의를 왜 못하나'라고 계속 이야기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내가 직을 유지하면) 대통령에게도 압박으로 작용한다.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국정통할권 등 나하고 한 약속이 있잖나. 그 약속을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 (내가) 내정자 입장에서 지켜볼 수 있는 것이다. 여야와 대통령 모두에게 압박을 가하고 싶다. 대통령도 나를 자르고 싶으면 정말로 지명철회하면 된다. 그러면 나는 잘리는 거다. 여야 합의든,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든 나는 언제든 사라지는 것이다. 굉장히 쉽다."
- 대통령은 왜 지명철회는 아니라고 하나. "대통령도 똑같다. 현재 (문제는) 지명자를 정할 때 (국회에 미리 알리지 않는 등) 절차가 잘못됐다는 거 아닌가. 그래서 지금 (국회에서) 합의 보라는 거다. 하지만 그게 (이뤄질지도) 확실치 않다. 그런데 (합의된 새 지명자가) 오기도 전에 지명자를 없애고 공백기를 둘 수 없잖나. 대통령 입장에서도 나를 쥐고 있는 게 합의를 독촉하는 중요한 카드가 될 수 있다. (야당에서) 나보고 자꾸 들어가라고 하는 건, 합의를 안 하겠다거나, 늦추겠다거나, 불가능하다는 사인이다."
- 총리 지명자로 발표됐을 때부터, 대부분 야당이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현재 상황도 마찬가지다."1%, 5%의 가능성도 놓치기 싫었다. 왜냐면 국정이 정말 엉망이니까. 나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았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뛰어도 문제가 터지더라. 그런데 지금 이 상황에서 단 1%, 5%의 가능성을 버리고 내가 (총리직을) 안 받을 수 없었다."
- 박 대통령을 많이 접한 사이는 아니지 않나."많이 접하진 않았지만 말 못할 사이는 아니다. 이야기할 기회는 많이 없었다. 원래 (대통령이) 이야기를 잘 안 하시는 분이고. 그런데 그날(29일)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 대통령이 어떻게 설득했나."대통령이 나를 설득했다는 것보다, 스스로 갖고 있던 마음이 있었다. (총리직 수락 전에) 내가 왜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을 맡겠다고 했겠나. 세상이 이렇게 가선 안 된다. 우리 정치가 이렇게 가선 안 된다. 비대위원장 마이크를 쥐고 말 좀 하고 싶었다. 여야 모두 이건 정말 아니다."
- 총리 수락도 그 연장선상인가."그렇다.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영입이 들어왔을 때) 나는 '당내 경선관리 같은 거 못한다. 그거 할 시간 없다'라고 말했다. 마이크 쥐고 무대 위에 올라 세상이 이렇게 가면 안 된다고 고함치고 싶었다. 속에 있던 (뜨거운) 게 다 죽은 줄 알았는데, 세상이 이렇게 되니 또다시 살아나더라. 그래서 오케이(ok)했는데, 호남중진이 반대한다고 하니 고민이 생기더라. 당내 갈등에 발목 잡히면 아무것도 못하고 나올 거 같았다. 당내 갈등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나도 고민하고 있던 차에 청와대가 총리직을 요청하더라."
- 그럼 국민의당 건을 정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총리직을 수락한 건가."정리했다. 자세한 건 이야기하지 않겠다. 최소한 내 입장에선 정리했다. 나를 설득한 사람(안철수)에게 미안해서 내가 그 이야기를 다 소개할 수 없다."
"야당, 꼭 항복문서 받아야겠나"- 1%, 5% 가능성 잡고 싶었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1993년부터 인연을 맺었고, 청와대에서 온갖 풍파를 다 겪었다. 그런데 1% 가능성이 현실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는 건 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없을 거 같다."그런가? 정말 지금 너무 힘들잖나. 우리 학생들만 봐도. 그뿐만 아니라 주변에 너무 힘든 상황이 많다. (청와대) 그 속에 가서 뭐라도 안 하고 싶겠나. 어딘가에 가서, 나 하나 어떻게 되는 것 상관없이, 가는 데까지 가보자는 심정이 안 들겠나."
- 조금 과거로 돌아가 보자. 10월 29일 박 대통령을 만나 총리지명 제안을 받고 수락한 뒤 11월 2일 대외 공표됐고, 그 이후 현재 상황까지 왔다. 사실 이런 과정을 거치게 될 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다. 김 지명자도 이 같은 생각을 못 했을 리가 없다. 왜 수락한 건가."29일 수락했고, 2일 공표됐으니 그 며칠이 비잖나. 그 사이의 이야기를 내가 다 할 순 없다. 만약 완벽히 수락했다면 월요일(10월 31일)에 발표했을 것이다."
- 그 과정을 설명해달라."대통령과의 신의 문제 때문에 말할 수 없다. 그 사이에 내가 이야기했을 것들이 상상되지 않나. 내가 제시하는 조건이 있을 수 있고, 그쪽(박 대통령)이 받을 조건이 있고. 어쨌든 29일 제안은 일단 거부하지 않고, 내가 제시할 조건 여러 가지를 대략 이야기했다. 그 다음에 구체화했다. 그게 11월 2일까지 이어졌다."
- 총리직 수락을 요청하면서 박 대통령이 뭐라고 했나."'나라가 어렵다', '국가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황교안 국무총리와 내각이 나와 마찬가지로 국민적 신뢰를 상실하고 이런 상황에 이르렀다. 어떻게 하면 좋겠나'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거국내각 하십시오'라고 말하자, 대통령이 '거국내각이 되겠습니까?'라고 되물었다. 그래서 내가 '노력 하셔야죠'라고 답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러다가 (대통령이) '범야권인사가 총리직을 맡으면 좀 나아질까요?'라고 말했다. 그때 감이 오더라. 사실 처음에는 '무엇 때문에 나를 보자고 한 걸까' 생각했는데 그 말을 듣고 '총리직 때문에 나를 보자고 했구나'라고 생각했다."
- 지명 후 첫 기자간담회 때 "경제·사회 정책에 지휘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부분과 관련해 참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경제·사회 분야에서 내가 전권을 행사한다면, 그 전권이 뭐냐는 거다. 우리 헌법에서 대통령이 하야·탄핵하지 않으면 서명권이 살아 있다. 근데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면 (서명권을) 행사하지 말라는 건데 그건 위헌이다. 그걸 요구하는 것도 위헌이다.
공당으로서 어떻게 초헌법적인 것을 요구하나. 내가 (청와대에) 들어가서 (대통령이 권한 행사를) 못하게 하면 되는 것이다. 대통령의 항복문서를 꼭 받아야겠나. 얼마든지 들어가서 설득할 수 있다. 야권의 힘과 협의채널, 명분과 가치, 논리로 (대통령을)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총리가) 조각권을 받은 상황에서 '누구를 각료로 임명하세요'라고 말했는데, 대통령이 '야당 인사 중에서도 왜 하필 이 사람이에요' 이럴 수 있다. 이런 부분이 남아 있는 것이다. 말로는 대통령이 권한을 (총리에게) 주면 되는 것 아니냐 이야기 할 수 있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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