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200여명의 보령시민들이 원형광장에 모여 박근혜 하야를 외쳤다.
이재환
최근 전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와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충남 보령에서도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지난 8일 오후 7시. 보령시 동대동 원형광장에는 200여 명의 보령시민들이 모였다. 이들 중 70% 정도는 초중고 학생들이다. 한 초등학생은 "여기에 왜 왔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냥 친구 따라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옆에 있던 한 초등학생은 "백남기 할아버지한테 물대포 쏴서 죽게 한 박근혜 대통령은 나빠요"라고 말했다.
이날 원형광장에 모인 보령시민들은 "이것이 나라인가 박근혜는 퇴진하라"며 "최순실 국정농단 박근혜는 하야하라"고 외쳤다. 보령시민들은 이어 "오늘은 촛불 행동의 날"이라며 "이 나라의 주인은 우리"라고 선언했다.
바람이 부는 차갑고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보령시민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들은 자유발언을 이어가며 박근혜 정권을 성토했다. 이중 고등학생들의 자유발언은 의미심장하기 까지 했다. 학생들은 한때나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호감을 가졌던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대천고등학교 3학년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한때 박근혜 대통령을 좋아했었다"며 "요즘 나라의 상황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을 좋아한 것이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이어 "3.1운동과 4.19혁명의 주역은 학생들이었다"며 "우리 청소년들이 나서서 박근혜 대통령을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생도 "박근혜 대통령을 좋아한 것이 후회가 된다"며 "세월호 7시간의 비밀에 대해서도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정치인과 기성세대들의 '고해 성사'와 박근혜 정권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나소열 전 서천군수는 "어린 학생들에게 죄송하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순실의 딸이 돈 많은 것이 하나의 특권인양 비아냥 거렸다"며 "이 나라가 돈 많은 사람들의 나라가 된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아동문학가 안학수씨는 "비판없는 예술은 죽은 예술이고 예술도 아니다"라며 "정부를 비판했다고 예술가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성토했다. 그는 또 "정부가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며 "거짓말장이 들에게 더 이상 청와대를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보령 시민 김영석씨는 "박근혜는 위기 때 마다 눈물로 모면하려 했다"며 "박근혜를 더 이상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3년 전에 보령으로 이사를 왔다고 밝힌 한 30대 후반의 남성은 "부끄러운 아빠가 될 수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촛불 집회를 이어가자"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