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성식 정책위 의장 등 소속 의원 16명이 지난해 8월 1일 오후 경북 성주군청을 찾아 사드배치 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안 후보는 처음에는 명확하게 사드를 반대했다. 지난해 1월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신년 대국민 담화에서 "안보·국익 따라 사드 배치 검토" 방침을 밝히면서 이 문제가 본격 공론화됐을 때 그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안 후보는 이어 같은 해 7월 8일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과 토머스 벤달 주한미군 8군 사령관이 공동으로 사드 한반도 배치 방침을 발표한 지 이틀이 지난 7월 10일 개인성명을 통해서도 "종합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당도 같은 해 8월 1일 당시 당 비상대책위원장인 박지원·정동영 등 의원 16명이 사드 배치 예정지인 경북 성주를 방문해 "국민의당이 사드 배치 철회에 앞장서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전략적 모호성'을 내건 더불어민주당에게 분명한 의견을 밝히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그런데 안 후보가 견해를 바꿨다. 올해 2월 1일 "한국과 미국 정부는 이미 사드 배치 협약을 맺었다"며 "이를 함부로 뒤집는 것은 국가 간의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고 기존 주장을 뒤집으면서 당에도 당론 변경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당은 같은 달 21일 당론 변경을 논의했으나, 손학규 후보가 "'내 생각 바꿨으니 따르라' 하는 것은 지도자가 아니"라고 비판하고, 정동영 의원도 "사드의 정치학에 대해 몇 시간이나 들여다보고 공부했는지 스스로 고백해 볼 문제"라고 반박하면서 기존 당론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 5일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75.01%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승리한 안 후보는 바로 다음 날인 6일 "사드 배치는 제대로 해야 한다"면서, 재차 당론 변경을 요구했다. 이에 박지원 당 대표는 10일 "후보 의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말하는 분들이 대다수다, 견해를 달리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러한 (변경하는) 것을 검토해보겠다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당론 변경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지지율 급등한 안 후보 뜻 거스르기 어려운 상황지난 2월 21일부터 지금까지 사드 배치 문제 자체를 둘러싼 큰 상황 변화는 없었다. 변화라면 지난 3월 6일 미군이 오산기지에 사드 발사대 2기를 들여온 정도다. 반면 국내 정치 상황에는 큰 변화가 발생했다.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4위권을 맴돌던 안 후보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과 맞서는 확실한 양강 구도의 한 축으로 올라선 것이다. 급격하게 위상이 올라간 안 후보의 뜻을 국민의당이 거스르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물론 당론은 고정불변의 영역이 아니다. 득표를 위해, 그리고 상황 변화에 따라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사드는 G2인 미-중이 직접 충돌하면서 동북아 안보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고, 중국이 노골적으로 한국에 보복을 가하고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어지간한 정책변경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국민의당이 전당적으로 반대해온 것도 이같은 사드의 전략적 성격때문이었다.
국민의당이 계승한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경제는 중국의 영향권을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중국은 '한국은 미국 일변도'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를 불식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중략) 한반도는 4대국의 이해가 촘촘히 얽혀있는, 기회이자 위기의 땅이다. 도랑에 든 소가 휘파람을 불며 양쪽의 풀을 뜯어먹을 것인지, 열강의 쇠창살에 갇혀 그들의 먹이로 전락할 것인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렸다."(김대중 자서전 597쪽) 요약하면 우리의 생존을 위해 미국은 물론 중국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드 배치 인정은 이같은 '균형 외교'에서의 이탈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외교 상황 변화로 견해 바꿨다?...바뀐 건 안 후보 지지율 급등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