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자녀 2명을 홀로 키우는 박씨는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살림살이는 여전히 퍽퍽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자녀들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는 북받쳐오르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권우성
"애들이랑 같이 가까운 데 여행이라고 가봤으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묻자 박아무개(52)씨는 결국 눈물을 훔쳤다. 그는 최저임금 노동자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월급도 올랐지만, 가벼운 가족 여행조차 아직은 꿈 같은 일이다. 월급이 올랐지만, 주머니가 팍팍한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대학생 아들 2명을 키우는 여성 가장인 박씨는 10여 년째 서울 구로구의 한 제조업체에서 차량용 시트를 제봉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경력이 쌓였지만, 월급은 언제나 최저임금에 딱 맞춰 지급돼 왔다.
올해 첫 월급 160만 원올해도 마찬가지다. 지난 5일 박씨의 올해 첫 급여 통장에는 160여 만 원이 들어왔다. "회사가 시급 7530원에 정확히 맞춰주더라"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지난해보다는 10만 원 가량 올랐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인생"인 박씨다.
박씨의 월 지출 내역은 이렇다. 아파트 관리비(20만 원)와 보험료(45만 원), 생활비(30만 원)가 나간다. 여기에 더해 대학생 자녀 2명의 학자금과 용돈(70만 원) 명목으로 돈이 빠져나간다. 질 좋은 반찬거리를 조금 더 살 수 있다는 게 그가 느끼는 월급 인상 효과다.
"오르긴 올랐는데, (오른 월급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요. 월급이 올라서 그나마 좀 변한 게 있다고 하면 반찬거리를 좀 더 질 좋은 걸로 사고 고기반찬 조금 더 해먹을 수 있었다는 거?"
박씨의 가계부는 아슬아슬하다. 아파트 관리비나 생활비가 조금이라도 더 나가면 '마이너스'다. 그때를 대비해 아파트 관리비가 적게 들어가는 시기에 조금씩 돈을 모아 충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목돈 저축은 꿈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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