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사과, 참았던 울음을 겨우 토해냈다

[박원순 서울시장 기고] 제주 4·3, 아픔을 넘어 성찰과 치유의 새바람으로

등록 2018.03.26 16:39수정 2018.03.2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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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서울시장서울시

봄이 온다. 절기상으로 경칩이 지났고, 춘분이 다가온다. 날씨가 누긋하고, 겉옷이 한결 가벼워진다. 꽃샘추위가 옷섶을 다시 여미게 하지만 봄의 기운을 이기진 못한다. 겨울이 길고 추웠던 만큼 봄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렇게 봄볕을 즐기다가도 4월이 가까워지면 다시 마음이 시리다. 제주로부터 가슴 시린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이다.

올해는 제주4.3 사건이 발발한 지 70주년이 되는 해다. 그토록 원통한 죽음이었건만 오랜 세월 울음소리 한 번 내지 못하다가 2000년 1월에 이르러서야 '제주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그해 나는 제주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 산하 4.3진상조사보고서 작성기획단 단장을 맡아 바람 부는 제주 속으로 들어갔다.

보고서 작성은 과정마다 녹록지 않았다. 왜곡된 4.3의 진상을 밝혀내려는 쪽과 이를 부정하고 막으려는 군경 측 등이 대결 구도를 이루어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나는 애써 감정을 누르고, 양측의 주장을 경청하고 원칙과 방향을 잃지 않기 애를 썼다. 오랜 진통 속에 보고서를 발간했고, 2003년 10월 31일 노무현 대통령이 정부를 대표해 공권력의 잘못을 사과했다. 그때야 겨우 참았던 울음을 토해낼 수 있었다.

아픔의 역사도 역사다. 성숙한 국가인지 아닌지를 나누는 기준점은 아픔의 역사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아픔의 역사를 우리의 역사로 끌어안는 초석을 놓았다. 제주4.3의 아픔을 같이하는 분들이 된바람을 맞아가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 덕분이다.

이제 그 아픔을 넘어 성찰과 치유의 에너지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올해는 제주4.3 제7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제주를 벗어나 광화문광장에서 4.3 광화문 문화제를 진행한다. 이제 온 국민이 함께 제주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함께 맞이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박원순 씨는 서울특별시의 시장입니다. 이 글은 제주4.3 범국민위의 4370신문 3호에 실렸습니다
#박원순 #제주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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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는 2018년 제주 4·3 70주년을 맞아 아픈 역사의 정의로운 청산과 치유를 위해 전국 220여개 단체와 각계 저명인사로 구성된 연대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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