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촛불집회에서 가면을 벗고 얼굴을 공개한 유은정 부사무장.
이희훈
"후회요? 전혀 안 해요."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단호한 답변이 돌아왔다. 표정 또한 굳건했다. 그는 자신을 "나약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도, "당당해지니 아무도 나를 못 건드리는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한항공 객실승무원 유은정 부사무장(43)의 이야기다.
유 부사무장은 지난 14일 청와대 앞에서 진행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공동 집회'에서 가면을 벗었다(관련기사 :
벤데타 가면 벗은 승무원의 꿈 "나도 평범한 아줌마로 살고 싶다"). 4월 초 시작된 이른바 '대한항공 사태' 이후 최근 새로운 직원연대노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유 부사무장은 처음 얼굴을 공개한 직원연대노조원이었다.
유 부사무장은 가면을 벗던 당시의 상황을 "목욕탕에서 아는 사람을 만난 느낌, 한 번도 가보지 않는 곳에 나서는 기분"이라고 떠올리며 웃음을 내보였다. 그러면서 "얼굴을 공개하기 전까지는 신분이 드러날까 두려웠고 슬슬 위축되더라"라며 "그게 회사가 원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오히려 그들과 정면 대응할 용기가 생겼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요샌 혼자 밥 먹는다, 외롭다"라며 농반진반의 말을 건네면서도 "아군을 많이 얻었다"라고 얼굴 공개 이후의 상황을 전했다. 이어 "가면을 벗은 후 내 옆에 다가오는 사람은 줄어들었지만, 조용히 응원해주는 사람은 많아졌다"라며 "우리는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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