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7년의 밤>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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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
정유정의 소설 <7년의 밤>은 이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간단히 줄거리를 소개하면, 한 순간의 실수로 살인자가 되어버린 남자와 그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모두가 등을 돌린 순간, 모두에게 얼굴을 들킨 아들 서원은 이때부터 줄곧 숨바꼭질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머리카락 한 터럭 보이지 않게 숨었다고 믿을 때마다, 운명은 어김없이 그의 뺨을 후려칩니다. 다시 모든 사람들은, 서원에게 손가락질하고 등을 돌립니다.
얼마 전 강서구의 어느 피시방에서 한 청년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잔인하다, 처참하다, 비극적이다라는 말들로 수식하기조차 힘든 죽음이었습니다. 때마침 현장 CCTV가 공개돼 사람들은 더욱 분노했습니다.
거대한 분노 앞에서 경찰은 피의자의 이름을 공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 수많은 카메라 앞에 별다른 가리개 없이 그를 세웠습니다. 순식간에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가 바뀌고, 무표정한 얼굴 사진이 온라인 곳곳을 떠돌았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당시 김아무개라는 표현을 쓰고, 얼굴 사진을 가렸습니다. 일반 피의자는 흉악범이어도 확정 판결까지는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이었습니다. 예상대로 "살인범 인권이 더 중요하냐" "오마이뉴스는 정신 차려라, 역겹다!" "인권팔이 선동 찌라시"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절대 회복할 수 없는 상실을 겪은 유족에게도 위로를 전합니다. 다시는 이런 범죄가 일어나지 않길 바랍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죠. '어느 악마'의 이름과 얼굴을 확인하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무엇을 얻을까요? '어느 악마의 가족'들이 돌팔매질에 맞고 태양 아래 얼굴을 드러내지 못한 것은 우리의 부끄러운 과거가 아니었을까요? 이 물음에 납득할 만한 답을 얻을 때까지, 오마이뉴스는 계속 고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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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읽기] '알 권리'라는 이름의 '보복'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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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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