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을 반기는 언론들(2014/9/1). 이런 보도에는 반드시 '부동산 전문가'들이 등장한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그들의 상황은 편안하고 안전하기 때문에 자연히 나태하게 되며, 따라서 그들은 어떤 국가 정책의 결과를 예견 이해하는 데 필요한 통찰력을 가질 수 없을 뿐 아니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고전파 시장경제이론의 창시자였던 애덤 스미스가 쓴 <국부론>의 한 구절입니다. 여기에서 지칭하는 '그들'이란 지주 계급을 뜻합니다. 자유시장 경제를 옹호했던 그도 '불로소득'을 챙기는 지주 계급이 곱게 보이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지주 계급은 지대만 받아 챙기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나태해지고, 통찰력도 흐려진다'고 한 대목은 애덤 스미스의 이런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사실상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이들의 말을 듣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도 이해됩니다. 300여 년 전 애덤 스미스가 했던 말은 2019년 대한민국에도 유효한 말 같습니다.
"정부가 규제하면 집값 급등한다"... 정말 그럴까?
요즘 국토교통부가 분양가상한제를 한다고 하니 부동산 전문가들의 심기가 불편해보입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합니다. "정부가 지나친 규제를 하게 되면 아파트 공급이 위축되고, 결국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겁니다. 언론에서 인용되는 전문가들 수는 많지만,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이거 하나입니다.
전형적인 수요-공급 이론에 의한 일반적인 얘기이고, 굳이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수요-공급 이론은 완전경쟁 시장이 전제돼야 성립될 수 있는데, 지금의 부동산 시장이 완전경쟁 시장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이 논리는 예측에 예측을 얹고 있습니다. 공급이 위축돼야 하는 전제 조건이 성립해야, 가격 급등도 이뤄집니다. 게다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와 국내외 경기 등의 변수는 전혀 감안하지 않은 논리이기도 합니다. 명확한 근거가 있는 '분석'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대학교 리포트도 이렇게는 안 씁니다.
과거 사례를 들춰보면 이들 전문가들의 말은 더욱 신뢰도가 떨어집니다. 지난 1970년대 이후 분양가상한제 실시 기간 동안 집값은 급등하기는 커녕, 오히려 안정세를 보여 왔습니다. (관련기사 :
분양가 잡으면 집값 폭등? 이미 증명된 '거짓말')
지난 29일에는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이 부동산전문가들의 예측과는 정반대되는 연구 결과를 냈습니다.
국토연구원이 '이중차분법'을 이용해 분양가상한제 확대 도입에 따른 영향을 분석한 결과, 연간 기준 주택 매매가격이 1.1%포인트 하락한다는 예측 결과가 나왔습니다. 여러 조건을 무시한 채 단순히 규제를 하면 집값이 급등한다는 전문가들의 생각보다 훨씬 신뢰할 수 있는 연구입니다.
사실 부동산전문가라며 언론에 나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부동산업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해 9월 14일부터 21일까지 8일간 7개 방송사 보도를 분석한 결과, 부동산 전문가들의 말은 총 154회 인용됐습니다. 부동산업계와 이해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직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총 154회 가운데 126회나 등장했습니다. 비율로 치면 81.82%의 높은 비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