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서울 종로5가 인근 약국 앞에 마스크를 사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입니다.)
연합뉴스
다음 날(2일) 아침, 동네 약국에서 오전 8시 30분부터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소식을 SNS로 접한 딸이 나가자고 재촉을 한다. 판매 시각까지 얼마 안 남아 있었다. 가까운 거리였지만 급한 마음에 차를 가지고 나갔다.
오전 8시 30분을 조금 지나 도착했다. 그새 다 팔린 뒤였다. 아쉬움 마음에 주변 동네약국을 다 들러봤지만 모두 품절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남은 면 마스크라도 없냐고 물어보니 아예 없다고 한다.
우체국에서도 마스크를 판다는 뉴스를 본 게 기억났다. 가까운 우체국으로 갔다. 나이 드신 몇몇 분들이 벌써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줄을 섰다. 아직 오전 9시가 안 돼 문이 닫혀 있었다. 기다렸다. 춥지만 참아야 했다.
잠시 후, 직원이 문을 열면서 줄 선 사람들에게 물었다.
"왜 여기 계셔요?"
"마스크 사러 왔는데요?"
"시내 우체국은 안 팔아요. 읍면 우체국만 팔아요."
읍면 소재 취약계층에게 보급하자는 취지여서 시내에서는 안 판다는 것이었다. 우체국에서 파는 줄만 알았지 거기까진 몰랐다. 정확히 알지도 못하고 기다린 나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3일)도 약국을 돌아보았지만 마스크는 없었다. 전날 밤 막내에게 연락이 왔다. 홈쇼핑에서 마스크를 게릴라 판매한다는 소식이었다. 전화 연결을 시도해보았지만 통화조차 안 됐다. 실패, 실패, 또 실패다.
답답한 마음에 온라인 쇼핑몰을 검색해보니 마스크 하나에 오천 원, 칠천 원 한다. 몇 번 쓰고 버리는 물건이 그렇게 비싸다니. 이 모든 상황이 믿어지지 않는다.
보도를 찾아보니 정부가 어제(4일) 긴급수급조정조치로 확보한 공적 마스크 541만 5000개를 공적 판매처를 통해 공급한다고 했다. 대구경북 지역(70만 개)과 의료기관(44만 개)에 공급하고, 우체국에서 70만 개, 농협하나로마트에서 100만 개, 공영홈쇼핑에서 16만 개, 약국에서 251만 5000개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그 많은 마스크를 나는 며칠째 사지 못하고 있다. 허탈하다.
'마스크 대란'이 사라지기를
'마스크 대란'이 일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감염 우려가 높지 않거나 보건용 마스크가 없는 상황에서는 면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보건용 마스크는 사용 후 환기가 잘 되는 깨끗한 장소에 걸어 충분히 건조하면 재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일단 정부가 안내한 지침대로 면 마스크를 최대한 활용하고 보건용 마스크는 필요시를 대비해 아껴둘 수밖에 없다.
사실 나는 마스크를 잔뜩 쟁여둘 생각이 없다. 다만 SNS 정보에 발 빠르지 않아도, 추위를 참아가며 줄 서지 않아도, 필요할 때 마스크를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이기를 바랄 뿐이다.
정부의 새로운 마스크 대책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 확산세가 가라앉아 마스크가 필요 없어지는 시기가 오기를 희망한다. 그러면 마스크를 둘러싼 사람들의 불안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