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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 연기에 맞벌이 부모들 "학교 위험하나 돌봄도 이젠 한계"

등록 2020.03.17 14:42수정 2020.03.1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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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 동원한 '돌봄 총력전' 이미 한 달…가족돌봄휴가 쓰기도 쉽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대전 서구에 사는 윤모(35)씨는 9살, 6살짜리 두 딸을 한 달 전 충남 부여군의 시가에 보냈다.

두 딸은 작년 이맘때엔 새 학기를 맞은 학교와 어린이집에 있었지만 올해는 시골집에서 종일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거나 TV를 보고 있다.

회사에서 가족돌봄휴가를 쓸 수 없는 건 아니다. 문제는 급여다. 사내 규정에 따라 가족돌봄휴가는 평일 닷새를 통째로 묶어서 내야 하는데 하루 정부보조금이 5만원씩밖에 나오지 않고, 주말에 출근해도 회사 형편상 수당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휴가가 닷새를 넘기면 근무 일수를 못 채운 것이 돼 기본급도 온전히 나오지 않는다.

윤씨는 아직 휴가를 내지 않았지만, 개학이 연거푸 미뤄지면서 '자녀 양육'과 '양육을 위한 소득' 사이에서 고민하다 휴가를 벌써 다 써버린 직장 내 '워킹맘'도 상당수 있다고 한다.

이미 한 달째 아이들을 맡고 있는 시어머니의 체력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윤씨는 알고 있다. 남편의 상황도 여의치 않아 4월로 개학이 연기되면 윤씨는 며칠이 됐든 휴가를 내야 한다.

윤씨는 "한 주만 더 참으면 생이별도 끝이라는 생각으로 견디고 있었는데 퇴사 생각까지 든다"며 "부모도, 아이들도, 어머님도 모두가 힘든 상태인데 어쩔 수 없다는 건 알지만 끝도 없이 개학이 연기되니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교육부는 17일 전국 초·중·고등학교 개학을 오는 4월 6일까지 2주 더 미루기로 했다.

학생을 매개로 한 코로나19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목적은 이해하지만 돌봄 공백을 어떻게든 메워야 하는 학부모들로선 임계점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오모(42)씨네 맞벌이 부부는 딸이 올해 초등학교 입학 예정이다.

이날 오씨는 세 번째 개학 연기 소식을 듣고 "대참사"라며 한숨을 내쉬며 "지금까지는 양쪽 할머니와 우리 부부가 돌아가면서 하루하루 휴가를 내 간신히 막고 있지만, 또 개학이 연기된다니 눈앞이 깜깜하다"고 했다.

비슷한 처지의 엄마들끼리 공동보육을 하자고 이야기해 본 적도 있으나 감염병이 여전히 돌고 있으니 아이들을 한곳에 모아둘 수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오씨네는 당분간 온 가족을 동원한 총력전을 이어나가야 한다.

송파구에서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키우는 워킹맘 최모(41)씨는 복지관 영양사로 일한다.

복지관 자체는 원래 재택근무 제도를 갖추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최근 업무량이 늘어 일손이 부족해졌다. 되도록 재택근무를 하자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오히려 재택근무가 더 힘들어진 케이스다.

어쨌든 지금까지는 버텨왔다는 최씨도 4월 개학 소식 앞에선 고민이 깊어졌다. 그는 "개학이 또 연기됐으니 이제 양가에 손을 벌려야 할 것 같다"며 "버틸 대로 버텼지만 더는 혼자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집에만 갇혀 있는 자녀들이 걱정이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이성희(45)씨는 "아이들이 활동을 못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 그것을 보는 부모로서도 힘들다"며 "필수적이지 않은 활동들을 통해 병이 계속 전파되고 아이들이 감금생활과 다를 바 없이 살고 있어 화가 난다"고 했다.

양천구에서 15살, 13살, 9살짜리 딸 셋을 키우는 40대 직장인 조모씨는 "워킹맘들에게는 '교육'은 차치하고라도 코로나19 때문에 '보육'이 멈춘 게 가장 힘들다"면서 "특히 막내딸은 언니들이 학원에 가면 언니들이나 내가 내준 숙제를 한 뒤에는 계속 집에서 TV를 보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xi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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