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코로나192255화

거제지역 임대료에 치여 월급도 못 가져가는 어린이집 원장

아파트 관리동 어린이집 규정보다 비싼 임대료 '냉가슴'

등록 2020.04.20 16:23수정 2020.04.2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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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돌보며 십수년간 보육현장을 지켜온 A어린이집 B 원장은 최근 몇달간 수입이 없다.

어린이집 원아는 줄어드는 데 반해 어린이집 임대료가 인상되면서 어린이집 운영을 하고 나면 남는 돈이 없어 월급조차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B 원장이 맡고 있는 A어린이집은 거제시내 C아파트 관리동 건물에 소재하며 3년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임대계약을 맺고 있다. C아파트에서 A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B 원장은 최근 2년 이상 보육료 수입의 12% 가량을 임대료로 지급했다.

보조금과 보육료가 전부인 어린이집 예산은 뻔한데 비싼 임대료를 지불해야만 하는 것은 결국 원장의 양심을 팔아 보육의 질을 저하시키거나 자신의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 일선 어린이집 원장들의 하소연이다.

여기다 지속되는 출산율 저하와 최근의 코로나19 여파로 원아들이 줄면서 거제시내 대부분의 어린이집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현실에서 임대료 부담까지 가중돼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이들은 엄연히 준칙에 '임대료는 보육료의 5% 이내로 한다'는 항목이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준칙을 무시하거나 관리규약을 임의로 변경하고 있다며 준칙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보육료의 5% 이내' 준칙… 강제규정 없어 유명무실


경남도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에 따르면 공동주택에 설치된 어린이집 임대료는 보육료 수입의 5% 이내 규정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준칙을 어겼을 경우 제재하거나 강제할 수 있는 마땅한 규정이 없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임대료 상승을 제시하면 어린이집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하거나 계약을 파기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입주자대표회의도 전체 입주민을 대표해 내린 결정이라 마음대로 처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어린이집이 임대료 인하를 요청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린이집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재계약을 빌미로 무리한 임대료 인상을 요구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게 원장들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거제시내 공동주택 관리·복지동 어린이집 임대료와 관련해 분쟁이 발생할 경우 입주자 등의 요청이 없어도 행정에서 이에 대한 감사 등을 통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남도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에 따르면 어린이집 임대기간은 3~5년, 임대료는 보육료 수입의 5% 이내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보육료 수입의 10%를 넘게 요구하는 곳이 적지 않고 실제 어쩔 수 없이 계약을 체결해도 행정 등이 이를 마땅히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협의를 종용하거나 관리지도에 그치기 일쑤다.

준칙은 강제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이므로, 거제시 역시 지속적인 권고 조치와 중재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입주자대표회의가 입장을 고집할 경우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어린이집 관계자에 따르면 임대료 계약과정에서 대표자회의와 원장간의 협의는 사실상 없는 실정이며 일방적인 통보방식으로 재계약이 이뤄지고, 일부 아파트대표회의는 형식·절차를 무시한 갑질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D아파트 관리동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E 원장은 "임대료 문제로 재계약이 안되면 아이들은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겨야 되고 과도한 임대료로 아이들한테 돌아가야 할 보육서비스가 줄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착한임대료 운동이 각계각층에서 불고 있고, 일부 아파트는 어린이집 임대료를 할인해 주는 곳도 있지만 오히려 임대료를 인상하는 아파트도 있다"며 "관리동 어린이집은 단지내 맞벌이 가정 아이들이 다니기 때문에 어린이집 운영이 힘들어지면 결국 아이들도 힘들어지고 보육의 질도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파트 관리동 어린이집은 주택법에 따라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의 경우 주민복리를 위해 의무로 설치하는 시설이다.

지자체들, 조례 제정 등 제재 근거 마련... 임대료 깎아주기운동도 일어

이와 관련 충남 천안시는 공동주택 관리동 어린이집 임대료를 보육료 수입 5% 이내로 준수하지 않을 경우 시가 개입해 감사를 진행할 수 있는 '천안시 공동주택 관리의 감사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제정해 공동주택 관리동 어린이집 임대료와 아파트내 관리비 관련 분쟁이 발생한 경우 천안시가 직접 개입해 감사를 시행하도록 하는 법률적 기반을 마련해 2018년 8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관리동 어린이집의 고액 임대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 10월 '공동주택관리규약준칙'을 개정했다. 보육정원을 기준으로 보육료 수입의 5% 이내로 임대료를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았고, 관리규약 위반사항에 행정처분이 가능하도록 법적 구속력도 마련했다.

특히 광주시는 저출산에 따른 원생수 감소와 코로나19 장기화로 공동주택 어린이집 임대료 깎아주기에 나서는 등 전국의 많은 지자체들이 공동주택 어린이집 임대료 인하에 동참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 23일 현재 거제지역내 어린이집 정원 충족률은 70.6%이며, 아동수도 지난해에 비해 1002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율 감소와 코로나19 여파는 보육료 수입감소로 이어져 지난해 3월 267개소였던 어린이집이 올 3월 현재 245개소로 22개소 감소했으며, 지금도 다수의 어린이집이 폐원 절차를 진행중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거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거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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