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렸다. 왼쪽부터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권우성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폭력 혐의로 고소한 서울시 직원 측은 박 시장과 고소인의 관계를 "가해자"와 "피해자"로 규정하며, 이 사건이 "전형적인 위력 성폭력의 특성을 그대로 보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경찰, 서울시, 정부, 국회, 정당에 "책임있는 행보"를 요구하며 "진상규명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발인이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을 연 것과 관련해선 "장례 기간 중 최대한 기다렸고, 저희 나름대로 최대한의 예우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고소인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와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는 13일 오후 2시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시장 사후 처음으로 고소 이유와 요구사항을 공개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우리가 접한 피해사실은 전형적인 권력과 위력에 의한 피해였다"라며 "비서가 시장에 대해 절대적으로 거부나 저항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업무시간뿐만 아니라 퇴근 후에도 사생활 언급, 신체접촉, 사진 전송 등이 이뤄졌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가 곧바로 고소를 하지 못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라며 그간 고소인이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려 노력한 내용을 거론했다.
"피해자는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시장의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이라고 했다. 비서의 업무를 시장의 심기를 보좌하는 역할로 인식하거나 피해를 사소화하는 등의 반응이 이어져 더 이상 피해가 있다는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피해자는 부서 변경을 요청했으나 시장이 이를 승인하지 않는 한 불가능했다. 본인의 속옷차림 사진 전송, 늦은 밤 텔레그램 비밀대화방 대화 요구, 음란한 문자 발송 등 점점 가해의 수위는 심각해졌고 심지어 부서 변경이 이뤄진 후에도 개인적 연락이 지속됐다."
이어 이 소장은 "이번 사건은 성폭력의 행위자가 죽음을 선택한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심각한 사회적 논쟁을 일으켰다"라며 "만약 죽음을 선택한 것이 피해자에 대한 사죄의 뜻이기도 했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책임진다는 뜻을 전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박 시장은) '모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을 뿐이다"라며 "이를 두고 '피해자는 이미 사과 받은 것이며 책임은 종결된 것 아니냐'는 일방적인 해석이 피해자에게 엄청난 심리적 압력으로 가해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장의 지위에 있는 사람에겐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목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가시스템을 믿고 위력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소할 수 있겠나"라며 "앞으로는 피해를 입고도 숨죽이며 살아갈 사람이 없는 사회로 만들기 위해 위력 성폭력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란 점을 말씀드린다"라고 강조했다.
"사건의 실체를 정확히 밝히는 것, 피해자 인권회복의 첫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