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사진입니다.
은주연
처음엔 정말 고기를 딱 끊었다. 식구들에게 매일 고기 반찬을 해주면서 고기를 입에 대지 않기란, 그것도 고기를 좋아하던 사람이 그러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글지글 불판에 구워지는 고기의 비주얼을 보고 있노라면, '환경이란 대의가 대체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하는 의구심까지 솟아올랐다.
고기 먹는 가족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평소 좋아하지도 않던 샐러드를 볼에 가득 담아 우걱우걱 먹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맛이 없었다. 그런데 맛보다 더 문제였던 건,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프다는 것이었다. 하루종일 야채도 먹고 밥도 먹고 과일도 먹는데, 매순간 극강의 허기가 나를 따라다녔다.
육식 금단 현상인가 싶었지만 기운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것이 문제였다. 게다가 앉았다 일어나는 순간 휘청하는 전형적인 기립성 저혈압 증세까지 찾아왔다. 정말 내가 채식을 고집하다 지구가 죽기 전에 내가 먼저 죽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버티다 지구를 살리기 전에 나부터 살아야겠다는 생존욕구가 뿜어져 나온 어느날, 나는 식구들의 밥상에 함께 마주 앉아 오랫만에 맛있게 삼겹살을 먹었다. 채식주의도 '치팅데이'는 있어야 한다는 나름의 논리를 펴며.
그 날, 내 인생의 가장 맛있는 삼겹살을 먹었다. 고기가 아니라 생명줄 같았던 그 느낌. 내 몸은 육식에 즉각 반응하여 온 몸의 세포가 깨어났다. 몸에 활기가 돌고 비로소 피가 도는 것 같았다.
고기 한 점 입에 넣자마자 일어난 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드라마틱했다. 너무나 맛있게 고기를 먹었던 그날의 민망함은 접어두고라도 사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다. 꼬박꼬박 끼니를 먹었건만, 고기가 들어가서야 비로소 내 몸의 세포들이 제자리를 찾은 듯한 느낌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뇌가 만들어낸 허상인 것 같았다.
뇌가 만들어낸 가짜 배고픔이었다는 생각이 들자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지구가 죽기 전에 내가 죽는 일은 없을 것 같다는 희미한 확신이 생겼다. 나는 다시 한번 제대로 채식을 실천해 보기로 했다.
최대 미션, 공복감을 해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