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단골 손님이 적은 메모지실연의 아픔을 겪고 있던 젊은 손님은 카페에 와서 음악을 들으며 슬픔을 삼켰고,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50대 가장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외로움을 달랬고, 눈부신 청춘의 시절을 안타까움으로 추억하는 노년 손님은 젊은 시절에 들었던 음악을 통해 위로를 얻었다.
이현웅
사연을 읽던 중, 문득 눈길과 마음이 오래 멈춘 메모지가 있었다. 손님이 너무 없어 실의에 빠져 있던 카페 개업 초기에 자주 와서 내게 무언의 힘을 주던 손님이었다.
처음 카페를 찾았을 때에는 사업 실패로 괴로운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고 그 후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까지는 알았지만 언제부터인가 카페를 찾지 않아 기억에서 희미해졌었다. 요즘 그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그를 다시 만난 것은 2단계가 끝난 후였다. 거짓말처럼 그가 카페에 왔다. 반가움에 하마터면 악수를 할 뻔했다. 오랜 세월을 알고 지내던 사람이 오랜만에 찾아온 것처럼 나는 마음이 설렜다. 어찌 우리 카페를 잊지 않고 있었느냐는 내 물음에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제가 어찌 이 카페를 잊을 수가 있나요. 그때 제가 참 힘들었을 때였는데 이 앞을 지나다가 밖에 있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듣고 저도 모르는 사이에 발걸음이 여기로 옮겨지더라고요."
그는 그때를 회상하며 감동 서린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날 저 창가 자리에서 밖을 보는데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사장님이 틀어주시는 음악을 듣고 있으니까 그 순간만큼은 힘든 것도 잊게 되더라고요. 젊은 시절에 듣던 음악을 들어서였는지 다시 시작하면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사장님이 제 사연을 읽어주면서 힘내라는 말씀도 해주셨잖아요. 정말 힘이 났어요. 실제로 그 후에 시작한 일이 믿기지 않을 만큼 잘 됐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여기 오면서 혹시 카페를 그만두신 건 아닐까 내심 걱정했는데 이렇게 변함없이 계셔주니까 정말 고맙고 감동적이네요."
그의 말을 듣고 있는 나는 카페를 그만둘까 고민 중이라는 말은 차마 꺼낼 수 없었고 오히려 감동에 젖어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맹세하듯 말했다.
"정말 이 카페가 오래오래 있어 주면 좋겠어요. 응원하겠습니다!"
카페를 나서는 그가 주먹을 불끈 쥐며 나를 응원했다.
어려움을 견디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