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 프로그램 중 무한상사 면접 장면.
MBC
결국 마음을 바꿔 고졸을 채용하는 일자리를 찾아 지원했다. 주로 마트·병원·은행에서 보안요원으로 근무했고, 그 전에는 통영에 위치한 조선소와 구미 공단 지역의 휴대전화 부품 공장 등 일을 찾아 지역으로 향한 적도 있다.
김용균과 구의역 김군의 일자리
공장에서 일하다가 손가락이 으스러져서 퇴사하고, 조선소에서 근무하던 중 동료의 사망 소식을 듣고 떠나기로 마음먹었던 날을 기억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구의역 김군과 김용균씨 사망 사건을 뉴스 기사로 보며 생각했다. 내가 직접 산업재해 사망 당사자가 되지 않았던 건 그저 운이 덜 나빴던 것일 뿐이고, 언제든지 나의 일이 될 수도 있었다고 말이다.
물론 표면적으로 산재 사고의 원인은 '위험한 일터'에 있다. 누군가는 '학력 차별'과 산재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비정규직으로 육체노동 현장에 들어가 몇 년간 일하며 쌓은 기억들을 떠올려보면, 전혀 동떨어진 사안이 아니라고 말하게 된다.
산재의 뿌리엔 분명 '위험의 외주화'라는 요소가 있지만, 사방으로 뻗은 다른 뿌리를 끄집어내면 비정규직 처우 문제가 같이 엮여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비정규직을 두고 흔히 '임금을 덜 받고도 더 위험한 일을 해도 마땅하다'고 보는 인식은 곧 '그런 직종엔 못 배운 사람들이 가는 것'이라는 편견과 일정 부분 맞닿아있다. 학력이 낮거나, 학벌이 좋지 못하거나, 지방 전문대를 졸업했다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기피 직종'인 것이 어떤 사람들에겐 '감당해야 할 현실'로 뒤바뀌곤 한다.
만약 산재를 겪거나 겪을 가능성에 놓인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다른 직종의 일자리를 선택할 자유'가 보장된다면 어떨까? 학력이 높지 못하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은 폭넓은 일자리를 선택할 기회조차 출발선에 서기 전에 잃는다. "억울하면 출세하라" 같은 댓글이 산재 관련 기사에서 흔히 보이는 오늘날, '열악한 일자리'와 '위험한 일자리' 같은 선택지만 주어진 상황은 단지 '그럴싸하게 재포장한 차별'에 지나지 않는다.
학력 차별 정당화하는 '능력주의'의 시대,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