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3차 대국민담화와 청와대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후 최순실 등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언론재단앞 대형스크린에 박 대통령 담화 장면이 생중계되는 가운데, 광화문광장 너머 청와대 본관이 보인다.
권우성
2016년 11월의 어느 토요일. 탄핵 정국 당시, 다양한 업종의 사업을 하던 나는 나라가 좌우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급격하게 기울고 있다는 생각에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라는 양극단의 집회에 모두 나가 봤다.
광화문광장에는 예술인 등이 차렸다는, 귀신의 집같이 음산한 텐트들이 세워져 있었다. '대통령 하야' '탄핵'을 외치며 한 손엔 촛불을 든 남녀노소 인파 사이엔 대통령의 잘린 목 모형이 내걸려 있었다. 정부 인사와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얼굴이 그려진 공을 어린이들이 차고 놀게 하는 엽기적인 어른들을 봤고, 당시 야당 정치인들은 광장 속에서 축제를 즐기는 듯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혼란기를 틈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이석기 석방을 촉구하는 자들이 바닥에 뿌려놓은 '사회주의가 답이다'라는 전단도 볼 수 있었다.
대다수 언론에서 '알바' 취급하며 폄훼했던 대한문 앞 태극기집회는 정반대의 분위기였다.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위기를 맞은 집권여당 정치인은 단 한 사람도 찾아볼 수 없었고, 낡은 신발과 홑겹 자켓을 두른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대다수였다. 연단이나 지도자도 없이 하얗게 뿜어져 나오는 가뿐 숨을 내쉬던 그들의 머리카락에는 추위에 하얀 서리가 맺혀 있었다. 대한민국을 경제 대국으로 이끌었던 시대의 주역들은 비통한 한숨을 쉬며, 싸구려 비닐로 만들어진 태극기를 손에 쥐고 모여있는 것 외에는 딱히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였다.
기존 정치 세력은 국민 앞에 비겁했다
매주 광화문에 나서며 한쪽으로 기울어진 정치 이념을 바로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들을 처분하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와 서울시의원 후보 등을 도왔다. 탄핵당하고 망해가는 제1 보수야당 자유한국당의 책임당원이 돼 스스로 적폐라는 낙인을 내 몸에 새기며, 손가락질과 비난의 대상이었던 붉은 점퍼를 입고 보수의 잘못을 대신 사죄하며 유세를 다녔다.
2019년, 감사한 기회로 우리 당에서 서울의 험지로 불리는 노원구의 당협위원장을 맡았다. 청년들이 당을 바꿔야 한다며 응원해주던 몇몇 선배 국회의원들과 기초·광역의원들, 당직자, 보좌진과 당의 비전과 미래를 함께 고민하며 머리를 맞댔다.
총선을 앞둔 여권은 패스트트랙으로 공수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밀어붙이며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했고, 우리 국민을 '가재, 붕어, 개구리'로 만든 조국사태가 일어났다. 온 국민의 분노를 일으켰던 집권당의 오만과 위선에 맞서 시민사회와 함께 투쟁에 나선 우리 당은 다시금 국민 곁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꿈꿨던 당의 미래와 국민의 신뢰는 총선을 이끈 당 대표와 공천관리위원회의 무리한 욕심으로 막천·사천 논란이 자행되며 갈갈이 찢어졌다. 그해 초까지만 해도 과반수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던 전망은 개헌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정당으로 한층 더 쪼그라들었다.
언제나 국익보단 사익을 우선하는 듯한 선배 세대의 비겁한 모습들을 수년간 지켜보니 당과 국가의 운영에 있어 지도자의 양심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올바른 프로세스가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새로운 정치 문화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물이 필요함은 당연할 것이다.
정권교체를 위해 국민이 꺼내든 '윤석열 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