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유성호
159번째 희생자인 고 이재현군 아버지의 편지에 우비를 입고 모인 유가족들과 수백 명의 시민들이 함께 울었다. 한 어머니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청년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를 붙잡고 한참을 서서 오열했다.
가수 장필순씨도 검은 옷을 입고 추모제에 참석했다. 그는 유가족들 앞에 서서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제비꽃>을 불렀다. 그는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 때/ 너는 아주 평화롭고/ 창 너머 먼 눈길 넌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있고 싶어'라고 노래하다 눈물 흘렸다. 그는 "해결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날짜만 지나가는 것 같다"라며 "노래로 위로해 드리러 왔다"고 했다.
새해 들어 열린 첫 번째 이태원 참사 시민 추모제였다. 참사 후 78일이 지났지만, 책임자 처벌은 멀어지고 있다. 전날인 13일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 윗선에 대한 책임은 전혀 묻지 않은 채 70여 일간의 '셀프' 수사를 마무리했다. 50여 일간 진행된 국회 국정조사 역시 여야의 무관심 속에 성과를 내지 못했고, 전날 사실상 종료됐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국정조사는 아무것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채 보고서 채택만 남겨뒀고, 특수본 수사는 '꼬리 자르기'로 끝을 맺었다"라고 했다. 유가족협의회 대표이자 고 이지한씨의 아버지인 이종철씨는 "어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태원 사태로 인해 경기지표가 나쁘다고 발언했다"라며 "정부는 이제 경제까지 아이들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다. 시민들이 연대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걸 막아달라"고 했다.
가족들은 희생자를 추모하며 부둥켜안고 가슴을 치고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대통령실을 향해 "사죄하라"고 소리쳤다. 이날 유가족들, 참사 생존자들 발언을 그대로 싣는다.
[고 조경철씨 누나 조경미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