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복도 모습(자료사진). 기사 속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김광선
그런데 일부 학부모님들은 달랐다.
누가 누구랑 싸우는 등 문제가 생기면 많은 부모님들은 전쟁이라도 치를 듯 전투 자세를 취하곤 했다. 상대 아이를 아주 혼내줘야 한다고, 그 아이는 욕도 잘한다고, 그 애 전화번호 알려달라고, 피해를 보상해달라고, 상담을 시키라고... 어떤 경우엔 내게 "선생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게 몇 번을 당하고 나니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제가 더 살피지 못했어요"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때로는 "제가 더 잘할게요"라고 애교도 부렸다.
별일 아니었기에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먼저 숙이고 들어갔다. 그러고 나면 참 비참하다. 자존심이 상한다. 자신감이 떨어진다. 애들 앞에 당당하게 서야 할 무대가 좁아진다.
"네~네~네~네~네." 한 번은 전화를 이렇게 받은 적도 있다. 계속 잘 듣고 있다는 리액션을 줬다.
"우리 남편이 많이 화났어요." 이런 말 들으면 정말 밉다. "내가 누구인데... 누군 줄 아느냐", 참 듣기 싫은 말이다. "교장실로 직접 가려다 참았어요", 눈물 나게 고마워 해야 하는가. 주변 선생님들이 하도 친절하니까 학습이 됐나 보다. "우선 말을 다 들어줘라. 같이 말하면 안 된다." 교장·교감선생님이 그러라고 하니까 대꾸도 못하게 됐나 보다.
아동학대 신고 당하고 담임 교체되고 사라지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교사 사회는 겁을 먹은 것 같다. 주변 학교도 민원으로 병가를 내고 휴직한 선생님이 계시다.
"왜 그런 거예요? 서로 얘기하고 풀면 되는데."
"이유는 없어. 그냥 그 선생님을 안 봤으면 좋겠대."
무섭다. 이유 없이 미움받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9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