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화성시청 앞 대규모 집회에서 유가족들이 희생자 영정을 품고 있다.
충북인뉴스
폭발한 전지와 같은 공정 전지... 2층으로 옮긴 뒤 1시간만에 '폭발'
경찰이 2개월의 수사를 통해 밝힌 내용은 안전과 관련한 총체적인 부실과 군납 과정에서 시료 바꿔치기 사실, 납품 일정을 맞추기 위한 무리한 제조 공정 등이다.
지난 6월 24일 오전 10시 30분 화성시 소재 리퓸전지 제조업체 (주)아리셀 사업장 3동 2층에서 리튬전지 폭발로 23명이 사망하고 9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사고의 배경은 납품일자에 쫒긴 아리셀이 무리하게 제조공정을 돌리면서 초래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리셀은 지난 1월 방위사업청과 34억 원 상당의 리튬전지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2월까지는 정상적으로 납품했지만 4월 납품분에 대한 국방기술품질원의 검사 결과 '규격 미달' 판정을 받으며 납품에 차질이 생겼다. 재생산에 들어갔지만 이어지는 납품일자를 맞추려면 생산량을 늘려야 했다.
1일 5000개 생산이라는 무리한 목표를 세우고, 5월 이후 파견업체 메이셀로부터 53명의 비숙련 노동자를 추가로 공급받아 주요 제조 공정까지 투입했다. 결과는 불량률 급증으로 돌아왔다. 3~4월 평균 2.2%였던 불량률이 6월에는 6.5%까지 치솟았다.
아리셀은 불량 제품을 폐기하지 않고, 재용접과 망치로 두들겨 끼우는 등 임시 조치 후 판매했다. 6월 8일부터는 아예 발열전지 선별 작업을 중단했다. 사고 이틀 전(6월 22일)에도 전해액 주입이 완료된 발열전지 1개가 폭발하는 화재가 발생했지만 원인 분석이나 적절한 조치없이 생산라인을 그대로 가동했다.
6월 22일 폭발한 발열전지와 같은 시점에 전해액을 주입했던 전지가 아무 조치없이 사고 당일인 24일 오전 9시 19분께 사고 장소인 3동 2층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1시간 뒤 건물전체를 집어삼킨 폭발이 일어났다.
아리셀은 군 납품과정에서 국방기술품질원 검사를 방해하는 조직적 범행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지난 4월 17일 품질원 검사자가 미리 선정해 봉인한 샘플 시료전지를 아리셀 직원들이 바꿔치기하는 CCTV 영상과 전자자료를 확보했다. 혹시 나올 불량 및 규격 미달을 대비해 '수검용 전지'를 별도로 제작해 시료전지와 바꾼 것.
수검용 전지를 별도로 제작한 것은 아리셀이 처음 군납을 시작한 2021년 최초 수검 때부터다. 용량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시료를 바꾸는 것은 물론 조작된 데이터를 활용해 검사를 통과했다. 이 모든 건 박중언 본부장의 지시였던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