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충남 홍성군 장곡초등학교에서는 장곡면 주민들로 구성된 '쓰레기 유랑극단'의 공연이 펼쳐졌다.
이재환
"야야야~ 쓰레기가 어때서 재활용에 남녀노소 있나요. 분리수거 딱 좋은 날인데~"
지난 12일 충남 홍성군 장곡면 장곡초등학교 장곡관에서는 웃음이 흘러 넘쳤다. '마을로 찾아가는 쓰레기 유랑극단'의 첫 번째 창작극 '쓰레기가 어때서'가 공연됐는데 주민들과 장곡초 학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연극에 참여한 장곡면 주민 11명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연기를 경험했다. 이들 주민들이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연극 무대에 나선 것은 그 누구보다도 '쓰레기 문제'에 '진심'이기 때문이다. 연극 대본도 주민들이 직접 썼다. 시골 주민들의 관점에서 본 쓰레기 분리수거와 무단 소각 문제를 '날것' 그대로 다룬 것.
쓰레기 태울까, 말까, 옥신각신... 연극 소재가 된 시골마을 풍경
실제로 농촌 마을에서는 폐비닐과 농업부산물을 함부로 태우는 경우가 흔하다. 그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발생해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기도 하고, 심지어 산불로까지 번지기도 한다.
장곡면 주민자치회 환경분과 소속 주민들은 지난 1월 '쓰레기 유랑극단'을 창단하고 맹연습 끝에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연습을 시작한 지 10개월 만이다. 연극은 쓰레기 처리 문제를 놓고 갈등하는 시골 마을의 흔한 풍경을 유쾌하게 풍자하고 있다.
연극은 '계복순 여사의 팔순 잔치'를 배경으로 한다. 팔순 잔치 과정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마을주민 사이에 갈등이 빚어진다. '쓰레기를 태워 버리자'는 마을 이장(곽현정 분)과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는 부녀회장(한성숙 분)이 옥신각신하며 다투는 장면이 담겼다. 그 과정에서 말귀를 잘 못알아 듣는 마을 할머니(홍수민 분)가 감초처럼 웃음을 만들어낸다.
물론 이 연극에 웃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빈병을 돈으로 바꿔 주는 빈병 보상금제와 농촌 영농 폐기물 처리 방법 등의 '꿀팁'도 대본에 깨알같이 녹였다. 또 쓰레기를 태우는 과정에서 산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담았다.
연극을 관람한 김선애 장곡초 교사는 "무척 재미있었다. 단원 모두 우리 마을 분들이고 평소에도 잘 알고 지낸 분들"이라며 "그분들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웠다"라고 말했다. 이어 "쓰레기를 쉽게 (버리고) 태우고 싶어 하는 심리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리수거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아 이야기를 잘 풀어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농촌 쓰레기 문제, 좀 더 쉽게 접근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