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인간 공존을 보여주는 거제의 보물 명소

[이병록의 신대동여지도] 거제도-2

등록 2024.11.13 17:28수정 2024.11.13 17:28
0
원고료로 응원
유명한 관광지는 어떤 걸까. 내 생각에 유명한 관광지는 첫째, 금강산과 해금강 등 수려한 자연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인위적으로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둘째로 인간이 만든 유적지로 만리장성, 타지마할, 불국사 등을 꼽을 수 있다. 규모가 큰 문화유산은 개인보다는 권력자가 만들 수 있다.

전투 유적도 사람이 만든 유적이다. 옥포해전 등 이순신의 초기 전투와 원균의 칠천량 해전도 여기에서 일어났다. 이처럼 거제도는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춘 '거제 9경'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9가지 맛을 뜻하는 9미(九味)와 특산품 9품(九品)을 자랑한다.


열정으로 빚은 명소들

거제도는 개인의 열정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명소들로 가득하다. 매미성의 고대 성채 같은 매력, 외도 보타니아의 이국적인 정원, 바람의 언덕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풍경은 각각 고유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러한 명소들은 거제도의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보여주는 사례다.

매미성은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한 피해를 입은 한 개인이 자신의 땅을 보호하기 위해 쌓은 성이다. 아직 규모는 크지 않으나 고대 성채처럼 벽돌과 돌을 쌓아 올리고, 성곽과 나무가 조화를 이룬 새로운 관광명소다. 그리고 아직도 진행형이다. 마을 입구와 아래 대금마을에는 오래된 보호수가 있어 더욱 운치를 더한다.

매미섬과 보호수 매미성이 있는 복항마을 입구와 아랫 마을에 오래된 나무가 오래된 마을임을 나타내고 있다.
매미섬과 보호수매미성이 있는 복항마을 입구와 아랫 마을에 오래된 나무가 오래된 마을임을 나타내고 있다.이병록

지난 4월 24일 남파랑길을 걸으면서 갔을 때 주인이 열심히 성을 가꾸는 중이었다. 아내가 입구 가게에서 커피를 사서 격려하러 갔다. 커피점 주인에게 "이런 관광명소는 시에서 지원해 줘야 하지 않을까요?"하고 물었다.

가게 주인에 따르면 거제도에는 외도를 포함해 개인이 직접 만든 명소가 많아 시에서 특정 개인을 지원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이곳 말고도 자연이 아름다운 관광명소가 많고, 조선소 등으로 재정을 확보하는 곳이 많아 관에서 일일이 신경 쓰기는 어려운 것 같다.


외도 보타니아도 개인이 만든 대표적인 관광명소다. 1970년대 개인이 섬을 사들인 뒤, 수십 년에 걸쳐 정원을 가꾸어 해상 식물원을 만들었다. 이 밖에도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가 있다.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 외도 보타니아는 거제 9경에 포함된다.

바다 위 붉은 성채, 둔덕기성의 일몰


해발 326미터 우봉산에 위치한 둔덕기성은 남해 방어를 위해 7세기 무렵에 쌓은 성으로, 부산 기장산성이나 남해 대국산성, 임진성과 비슷한 시기에 축조된 것으로 보인다.

이곳이 더욱 의미 있는 것은 고려 의종의 비극적인 역사를 품은 장소로, 폐왕성이라는 이름 덕이다. 또 유명한 것이 무기가 떨어졌을 때를 대비하여 바다에서 가져와 성안에 쌓아둔 몽돌이다. 방어와 항전 의지를 상징한다.

둔덕면에서는 의종을 기리는 제사가 매년 열린다. 1960년대와 1970년대 군사정권 시기, 새마을운동과 함께 미신 척결을 이유로 제사가 중단된 적이 있다.

2008년에 거제수목문화클럽의 주도로 제례가 복원되었고, 현재는 거제시와 지역사회의 지원으로 매년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고려 시대의 조리법을 반영한 떡, 탕, 조림 등 전통 음식을 재현하여 전해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곽에서 바라보는 일몰과 다도해의 경치는 마치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듯한 감동을 선사하며, 거제 10경으로 손색이 없다. 내리막길을 걸을 때 무릎이 아파 이곳을 오르는 것을 포기할 뻔했다. 둔덕면 내평마을에서 본 산이 너무 높아 보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거제에 사는 지인이 차로 데려다 주었다.

둔덕기성에서 본 거제와 통영 둔덕기성에서 본 해짐(일몰)과 밤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둔덕기성에서 본 거제와 통영둔덕기성에서 본 해짐(일몰)과 밤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이병록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민주신문에도 실립니다.공곶이 해안은 남파랑길 21구간에 있는데, 마을 해안을 지나지 않고 산길로 이어진다. 새로 조성된 천주교 순례길을 따라가면, 해안과 옛 마을, 몽돌 해변, 돌탑, 그리고 오래된 나무를 감상할 수 있다. 형수와 시동생이 마을 양 끝에서 음료수를 팔며 방문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매미성 #둔덕기성 #폐왕성 #고려의종 #거제9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예비역 해군 제독 정치학 박사 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전)서울시안보정책자문위원 전)합동참모본부발전연구위원 저서<관군에서 의병으로>


AD

AD

AD

인기기사

  1. 1 은퇴로 소득 줄어 고민이라면 이렇게 사는 것도 방법 은퇴로 소득 줄어 고민이라면 이렇게 사는 것도 방법
  2. 2 남자를 좋아해서, '아빠'는 한국을 떠났다 남자를 좋아해서, '아빠'는 한국을 떠났다
  3. 3 소 먹이의 정체... 헌옷수거함에 들어간 옷들이 왜? 소 먹이의 정체... 헌옷수거함에 들어간 옷들이 왜?
  4. 4 수렁에 빠진 삼성전자 구하기... 의외로 쉽고 간단한 방법 수렁에 빠진 삼성전자 구하기... 의외로 쉽고 간단한 방법
  5. 5 관광객 늘리기 위해 이렇게까지? 제주 사람들이 달라졌다 관광객 늘리기 위해 이렇게까지? 제주 사람들이 달라졌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