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판 교과서로 공부하고 싶다!

등록 2001.04.29 11:23수정 2001.04.29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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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만큼 매력적인 원서 시장이 없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한 출판사 관계자로 부터 듣게 되었다.

미국의 유명한 의학 출판사인 Mcgraw-Hill에서 펴내는 Harrison's Internal Medicine(해리슨 내과학)이라는 교과서가 있다. 내과학의 바이블로 불리는 이 교과서는 방대한 내용과 최고의 집필진으로 이루어진 금세기 최고의 의학 교과서 중의 하나로 거의 대부분의 의사와 의대생들이 한권 정도는 가지고 있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의 번역본은 우리나라에서 출간되지 않는다. 아니 출간은 되지만 항상 신판이 나오는 것과 동시에 구판의 번역본이 발간되어 누구도 한글판을 사지 않으려 한다.

번역을 하기 위해서는 출판사로 부터 번역판에 대한 판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판권이 유독 한국에만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왜냐면 한국만큼 대규모로 원서를 구입하는 시장이 세계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경향은 의사들의 친미 사대주의에서 기인한 것이라기 보다는 그 동안 발간된 한글판 의학 교과서의 질적 문제에 기인한 바가 크다.

학회의 이름을 달고 발간된 책들 중에는 과연 이걸 교과서라고 힐 수 있을까 싶은 책들도 있고 거의 예외없이 외국책들이 무책임하게 또한 대충 번역함으로서 원서보다 훨씬 보기힘든 한글판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한글판 의학서적의 시장은 갈수록 작아지고 그 결과 출판 자본들이 설사 좋은 한글판 서적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다해도 무관심한 악순환이 이루어 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유독 의사나 의학도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닐 것이다. 아무리 국제적인 지식인을 길러내는 사회라고 해도 한국 대학생의 거의 대부분은 국내에서 취업하고 활동할 인재들이다. 단지 그 학문 분야의 용어를 익히기 위해 어려운 외국 원서를 들고 학부생들이 씨름을 해야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한국인에게는 한글이 가장 익숙하다. 학부생 시절의 적절한 학문적 성취를 위해서는 한글로 되어있는 이해하기 쉬운 교과서가 필수적이지 않을까?

뻔한 이야기이지만 대안은 있다. 먼저 우리 학생들 스스로가 원서에 대한 맹목적인 신앙을 버리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한국의 현실에 맞는 한글 교과서의 편집과 훌륭한 번역본의 출판이 필수적일 것이다.

더 이상 학부생들이 원서를 잡고 씨름하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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