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지는 않아요”

등록 2002.03.14 15:10수정 2002.03.1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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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될 2002 한·일 월드컵 시즌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면서 중국경기 입장권 파동, 비자 발급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하나 둘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엄연히 같은 문화를 가지고 동일 언어를 사용하는 한핏줄임에도, 축제의 주인공은 고사하고 문제점에서 조차 소외된 우리 재중동포가 있다. 재중동포들은 대사관의 비자발급 과정에서 상당수 이미 불법체류자의 낙인이 찍혀 발급대상에서 제외되는 실정이다.

얼마전 우연히 출장길에서 만난 허난성에서 광산사업을 한다고 밝힌 한 재중동포 사업가는 “중국에 살면서 축구 관람이 유일한 낙이었는데, 더구나 조국에서 월드컵이라는 큰 행사가 열리기에 더욱 방문하고 싶었습니다. 한·중간의 경기에서도 한국이 승리할 땐 운동장 한 켠에 몰래 숨어서 기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이번엔 정말 목이 터지도록 우리선수들을 응원하고 싶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현재 중국의 월드컵 경기관람 공식지정 여행사의 월드컵 패키지 비용은 재중동포의 경우 비자발급이 어렵고 불법체류의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일반인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런민삐 5만 위안(한화 약 8백만원 상당)이라는 비용을 보증금으로 추가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재중동포들은 비자취득도 어렵고 비용도 오히려 더 비싼 한국 대신 비자발급이 손쉬운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헤이룽지앙성(黑龍江省)의 한 공무원은 “그 동안 발생한 재중동포의 사기사건과 불법체류 문제로 인식이 좋지 않지만, 그것은 일부의 문제이지 오히려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재중동포가 더 많은 게 사실이다”라고 강조했다.

흔히 대중국 경제관련해서 미국, 일본, 한국 중 가장 큰 이익이 예상되는 나라는 한국이라고 얘기한다. 이는 정치, 문화, 지리적 조건 뿐만 아니라 중국사업에 있어서 재중동포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외동포법에서도 차별대우를 받고 있는 재중동포는 우리가 함께 안고 가야 할 한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잘못된 인식과 너무나 이기적인 이율배반적 사고방식으로 그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또 하나의 상흔을 만들어내고 있다.

출장길에 만난 재중동포 사업가는 본 기자가 한참이나 그 자리에서 발걸음을 떼지못할 마지막 말을 남기고 인파속으로 사라졌다. “서운하고 속상하지만 한국이 싫지는 않아요. 그래도 내 마음의 조국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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