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제과 '개인정보 유출' 논란

이달중 또 하나의 해태제과 설립 예정, 또다른 논란 일듯

등록 2002.10.18 13:33수정 2002.10.19 14:09
0
원고료로 응원
‘헐값매각’과 ‘국부유출’등으로 끊임없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현)해태제과식품주식회사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엔 개인정보 유출 의혹이다.

현재 ‘개인정보 유출’ 및 그로 인한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측은 해태제과소액주주운동본부. 운동본부는 최근 서울지방경찰청에 “보상을 전제로 접근한 신원 불명의 협상 라인을 밝혀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개인신상정보가 그대로 유출되고 있으며, 이러한 정보를 근거로 해 자신들의 소액주주 운동활동을 방해하려고 하는 ‘신원미상’의 대상을 밝혀 줄 것을 요구했다.

특히 운동본부측은 이러한 신원미상의 방해공작의 대상으로 현 해태제과식품을 비롯한 과거 해태제과를 인수한 UBS컨소시엄을 지목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운동본부에 따르면, 문제의 신원불명 남자는 해태제과 소액주주 운동본부의 집행부 개개인들의 금융정보·신상정보·개인정보들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 심지어 개인의 병역기록·전과기록 등을 비롯해 집행부 개인의 가족과 친척 등에 대한 정보까지도 자세하게 소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운동본부측은 이러한 정보들을 쉽게 보유할 수 있는 측근이 현재 해태제과식품주식회사 이거나 해태제과식품주식회사를 다시 사들이려는 제2의 인물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운동본부를 음해하려는 반대 집단이 누구인지와 어떻게 운동본부측의 개인정보가 쉽게 유출될 수 있는 까닭에 대한 사법적인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태제과소액주주운동본부는 지난해 계속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었던 민족기업 해태제과가 실제금액 1천억원도 안 되는 적은 금액으로 매각된 것, 또 해태제과를 헐값으로 인수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한 국내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 ‘싸게 사서 비싸게 팔겠다’는 입장뿐인 외국 펀드기업인 UBS컨소시엄의 해태제과 매각과정에서의 ‘특혜의혹’등 3대 의혹을 파헤치겠다는 입장으로 지난 2년 간 지속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단체다. 이와 함께 운동본부는 이번 신원미상자의 협박 공갈성 운동본부 탄압에 대해서도 “보상을 받아도 합법적이고 당당하게 받을 것”이라는 강한 입장을 밝혔다.

개인정보 유출 정도 심각 … 소액주주들 전과기록까지?


지난해 12월 해태제과소액주주운동본부 집행부에서 활동하던 A씨는 신원불명의 남자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소액주주 활동에 대해 긴히 할 말이 있으니 만나달라”는 말에 김씨는 약속장소를 정했다.

약속장소에 나타난 신원미상의 남자는 김씨에게 김씨에 대한 자세한 프로필을 알고 있다는 입장을 비추고 “소액주주운동을 좀더 과격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충고를 남기고 사라졌다. 그는 김씨의 과거 사회경력이나 개인신상정보(주민등록번호, 본적, 가족관계, 대출내용 등 금융정보)를 기록한 내용을 보여주었으며, 항상 소액주주운동본부를 주시하고 있으며 언제든지 이러한 정보를 통해 김씨를 위험하게 할 수도 있다는 협박성 내용의 전언을 남기고 사라졌다.


해태제과 소액주주인 B씨는 지난 4월말경 말끔한 차림의 신사가 휴대폰으로 연락해 와 만남을 가졌다. 그는 자신이 주주들에 대한 상세한 개인정보들을 알고 있다면서 자신은 주주들의 범죄경력내용까지 알 정도의 지위에 있으며, 금액 얼마를 보상받게 해 줄 테니 자신의 요구대로 해 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신상정보는 금융신용정보, 전과기록조회, 군대사항, 친인척 인적사항(친누나 미국이민, 아버지 사망일자, 해태제과의 주식거래내역의 피해금액, 액수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음)까지 정확히 기재되어 있었으며, 두툼한 파일로 정리되어 있었다. 그는 또 해태제과에 대해 과격한 행동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자신 이외의 다른 협상 라인과는 접촉하지 말며, 다른 협상 라인과 접촉하는 주주가 누구인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과의 접촉사실은 비밀로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염경우 대표는 “개인정보를 상세히 파악해 집행부 개개인을 통해 접근해와 운동본부를 와해하려는 세력임에 틀림없다”며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사업적인 조사를 통해 신원미상의 대상의 실체를 밝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재상장설과 또 다른 대상으로의 해태제과 매각설이 잇따르고 있는 과정에서 소액주주운동본부를 어떤 의미로든 와해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한 이상 이에 대한 적법한 대응을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운동본부는 최근 서울지방경찰청에 “보상을 전제로 접근한 신원 불명의 협상 라인을 밝혀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두 개의 해태제과 “상호논쟁”

이 달 중 또 하나의 ‘해태제과(주)’가 설립된다. 지금까지 소비자들이 알고 있던 ‘해태제과’는 과거 민족기업이던 ‘해태제과’가 아니다.

현재 판매되고 있고,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해태제과 상품의 정확한 상호명은 “해태제과식품주식회사”다. 우리가 알고 있던 과거 ‘해태제과’는 현재 상호명만 존재하고 있을 뿐이며, 이 상호명의 권리는 현재 해태제과소액주주운동본부(운동본부)가 보유하고 있다.

해태제과소액주주운동본부는 이에 대해 “민족기업이던 “해태제과”는 지금 현재 잠을 자고 있고, 과거의 생산 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해 비슷한 제품을 생산 판매하고 있는 곳은 국내 기업이 아닌 외국 투자 회사인 셈이다”고 설명한다.

현재 “해태제과식품”이란 회사명은 과거 해태제과가 지난해 9월 JP모건, USB캐피탈, CVC퍼시픽으로 구성된 외국 투자 펀드회사 UBS컨소시엄으로 매각되는 과정에서 갖게 된 이름이다. 당시 4150억원을 들여 해태제과를 인수한 컨소시엄측은 ‘해태제과’라는 브랜드 가치는 인수대금에서 철저히 제외시켰고 이러한 까닭으로 합법적인 절차를 밟기 위해 상호명을 ‘해태제과식품’으로 변경해야 했다.

해태제과 재상장설·매각 임박 시나리오

해태제과가 해외 매각된 지 1년여가 지나고 있는 최근 해태제과식품의 재상장설이 나오는가하면, 해태제과식품의 매각이 임박했다는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

또 해태제과식품의 새로운 주인은 과거 해태의 오너였던 박건배 전 회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소액주주들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펀드회사의 속성을 감안하면 해태제과식품도 언젠가는 부풀려진 값으로 또다시 팔릴 것은 불 보듯 뻔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앞으로 해태제과가 또다시 어느 정도의 시기에 누구에게 다시 팔리게 될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전하며, 과거 해태제과를 헐값으로 사들인 USB컨소시엄이 이번 재매각 과정에서는 어느 규모의 장사를 할 것인지도 유심히 살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과거 해태제과가 헐값으로 매각됐다는 구설수를 아직까지도 달고 다니는 만큼 이러한 해태제과식품의 행보가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평탄하지만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운동본부가 ‘해태제과’라는 상호명으로 새로운 ‘해태제과’를 등장시킬 경우 현재 해태제과식품과의 치열한 상호명 논쟁도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운동본부는 지난해 10월 ‘해태제과’ 상호권을 이미 확보했고, 최근 2건의 의장권도 보유했다. 이미 법인 등록이 돼있기 때문에 사업자등록만 내면 과거 해태제과의 실제 이름이었던 “해태제과주식회사”가 설립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해태제과식품은 “소액주주들의 운동에 일일이 대응을 하지 않고 있지만, 만일 이 일로 회사가 피해를 입게 된다면 그 전과 다른 대책을 강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태제과 소액주주 “공짜 브랜드이용 못하게 하겠다”

운동본부는 특히 해태제과의 상호권을 확보한 데 대해 “과거의 해태제과가 해외로 매각되는 과정에서 해태제과식품으로 상호가 변경되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운동본부 염경우 대표는 이에 대해 “50년 토종기업을 외국에 헐값에 넘길 수 없고, 주식은 휴지조각이 됐지만 이름이라도 간직하지는 의미에서 사라져 버린 상호의 등록을 마친 것”이라며 “현재 해태제과라 불리는 회사의 정식명칭은 몇 차례 과정을 거쳐 “해태제과식품”으로 정해졌다”고 설명했다.

운동본부측에 따르면, 당시 해태제과의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과 매수인측인 외국계 투자사들은 법적인 책임을 피하고 합법성과 정당성을 가장하기 위해 사명을 변경했지만, 현재 해태제과와 관련된 대외 매체광고, 간판, 로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회사의 실제 이름인 “해태제과식품”이란 명칭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은 지금까지도 “부라보콘”이나 “맛동산”등 과거의 해태제과 제품들에 대해 “해태”라는 브랜드만을 계속 강조해 판매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은 아무런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상품을 구입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태제과 소액주주운동본부측은 “해태제과식품은 공공연히 ‘해태제과’라는 표기를 쓰고 있기 때문에 ‘해태제과’가 갖고 있는 과거의 브랜드 가치를 그대로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고 설명했다.

해태제과의 과거 인수 과정을 살펴보면, 회사가 회사를 인수할 경우 당연히 브랜드 가치까지 사는 것이지만, 해태제과의 경우는 외국 투자사들이 설비 등의 자산에 대한 계산만 했으며, ‘해태제과’라는 브랜드 값으로는 단 1원도 내지 않았다.

해태제과는 명목상으로는 4150억원에 팔렸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단돈 940억원에 외국으로 넘어갔다. 특히 인수기업인 USB컨소시엄이 총 지불한 금액은 모두 4150억원이었지만 이 가운데는 종업원 퇴직금 인수금액 610억원과 국내외은행 협조융자 2600억원 등이 포함돼 있어 이를 제외한 나머지 실제 인수금액은 940억원이었다. 이 금액 가운데 국내외 은행 협조융자금의 경우도 장사를 해나가면서 갚아나가면 되는 조건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각 전 ABN암로(해태제과 매각 주간사)가 산출한 브랜드 가치가 포함된 해태제과의 계속기업가치가 1조2천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1조원이 훨씬 넘는 기업이 4천억원 가량에 팔렸으니 ‘헐값매각’ 이라는 의혹을 피하지 못하는 게 당연할 수도 있다.

해태제과가 매각되는 과정에서 “브랜드 가치가 단 1원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주장의 근거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에 대해 염경우 대표는 “100% 외국기업인 해태제과식품이 외국 마케팅 기법을 도입해 대규모 물량공세와 사회공헌 프로그램 등을 벌여 겉으로 화려한 변신을 꾀한 것처럼 선전하지만, 사명을 여러 번 바꿔가며 얼렁뚱땅 상장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은 분명한 도덕적 해이이고 또 다른 국민 기만”이며, “해태제과와 해태제과식품의 차이점을 홍보하기 위해 다소 무리가 따를지라도 현재 보유한 해태제과고유상호를 바탕으로 신설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해태제과소액주주운동본부는 현재도 JP모건과 해태제과식품(주) 앞에서 주주들이 돌아가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해태제과식품 불매운동·해태제과 식품 피해사례접수 등을 인터넷과 일일집회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 "우리 오빠" 후폭풍...이준석 추가 폭로, 국힘은 선택적 침묵 김건희 "우리 오빠" 후폭풍...이준석 추가 폭로, 국힘은 선택적 침묵
  2. 2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3. 3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4. 4 박근혜 탄핵 때와 유사...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박근혜 탄핵 때와 유사...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5. 5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