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로 가장한 까마귀의 개혁불안감 조장

조선일보 1/29 [사설]" 改革 청와대 改革 내각으로 가나"를 반박한다

등록 2003.01.29 15:12수정 2003.01.29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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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사설내용을 요약하자면 우선 노무현 당선자가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선 진보그룹 인사를 기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기용하게 되면 국정의 실험이 될 것이며, 그들의 시행착오 때문에 국민이 부담을 질 것이라고 하고 있다.

필자는 이 사설의 몇 가지를 반박하고자 한다.

첫 번째, 조선일보는 노무현 당선자가 제도권 밖의 진보그룹 인사를 기용할 것이라고 성급한 추측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노무현 당선자가 “정부 인사 할 때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사람들을 모으면 일을 할 수 없게 된다”고 인용하면서 그 인사들이 민주당 인사들이 아닌 진보그룹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확정된 인사는 국무총리 내정자 고건씨 밖에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당선자의 말을 확대 해석해서 정부 인사가 진보그룹인사가 될 것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너무나 성급한 결론이다. 조선일보는 개혁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재야의 진보그룹인사들로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 포진되어 있다는 사실을 일부러 간과하고 있다.

둘째로, 조선일보는 개혁청와대 안정내각을 거론하면서 노무현 당선자가 안정을 후순위로 미루는 것인지 묻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조선일보가 개혁과 안정을 흑백논리식의 상반되는 논리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개혁과 안정은 서로 상반되는 논리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잘못된 국가정책이 있다면 그것을 개혁해서 옳은 방향으로 가게 하는 것이 안정적인 것이지, 그냥 방치하는 것은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국정을 불안하게 하는 것이다. 개혁없는 안정은 있을 수 없고 안정 없는 개혁은 혁명이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

더불어 노무현 당선자가 여러 번에 걸쳐 모든 개혁조치들을 급진적이 아닌 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하는 것은 안정적으로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조선일보는 안정이 후순위로 밀리는 것이 아니냐며 국민의 개혁에 대한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다.

셋째로, 조선일보는 노무현 당선자가 진보그룹 인사들을 기용하게 되면 국정이 실험이 될 것이라고 단정짓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우리는 먼저 조선일보가 말하는 '진보그룹 인사'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재야에서 활동하면 모두가 진보그룹 인사인가? 아니면 개혁을 주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진보그룹 인사인가? 조선일보는 먼저 진보그룹 인사의 정의와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마땅하다.


어쨌든 조선일보는 진보인사를 기용하게 되면 국정이 실험이 될 거라고 하는데 그 이유와 논리를 사설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 이유가 만약 전문지식과 경험의 부족이라면 이유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제도권 밖의 진보인사 중에는 교수, 변호사, 시민운동가, 노동운동가, 재야정치인 등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지식 및 경험과 소신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단순히 진보인사가 기용되면 국정실험이 될 것이라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다. 만약 조선일보의 논리대로 국정실험이 되지 않으려면 행정부의 관료출신이나 제도권 안의 보수인사들을 장관으로 기용하는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훌륭한 인재들이 있어도 기용하지 못하는 국가적으로 불행한 사태를 초래할 것이다.

넷째, 조선일보는 " 개혁의 절차와 과정까지 같은 색깔, 같은 목소리 일색으로 질주한다면 시행착오 가능성이 높고, 그 부담은 국민이 져야 한다는 점을 유념했으면 한다. "고 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조선일보의 가장 심각한 오류는 노 당선자가 말하는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개혁의 절차와 과정까지 같을 것'이라고 단정짓고 있는 것이다.


개혁에 뜻을 같이 한다고 해서 어떻게 절차와 과정까지 똑같을 수 있단 말인가? 모든 학문에는 총론과 각론이 있고, 모든 정책에는 정책의 목적과 실행수단이 있다. 개혁에 뜻을 같이 하지만 그 방법과 절차는 각양각색으로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용불량자 정책에 있어서 정책목적은 신용사회 정착과 부실채권 해소일 것이다. 그런데 그 실천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현재처럼 파산제도 확대와 개인워크아웃을 통해서 개인의 신용을 구제하는 당근을 쓸 것인지 아니면 신용불량자의 증가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신용불량자 제도를 엄격하게 강화하는 채찍을 쓸 것인지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개혁이라는 총론에 동의한다고 해서 그 절차와 과정이라는 각론까지 똑같을 것이라고 단정짓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억측에 불과하다.

더불어 조선일보는 그러한 인사가 시행착오를 겪어 국민들에게 부담을 줄 것이라고 개혁에 대한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다. 앞서 주장했듯이 진보인사라고 해서 정책의 실행수단에 대한 생각이 모두 같을 수 없으며, 전문성이 없을 수 없다는 것을 통해 조선일보의 주장이 의도적인 기우임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선일보는 해묵은 색깔논쟁을 부추기고 있다. 사설의 여러 곳에서 '색깔'이라는 단어가 나오고 "같은 색깔 사람들이 다른 쪽의 의견을 적대시하고 배척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 주장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의 논조로 판단하자면 보수는 안정적인 것이고 진보는 불안한 것이다. 그래서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진보인사가 내각을 운영하면 국정실험이 되고 시행착오 때문에 국민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문제는 보수와 진보의 이념논쟁이 아니라 조선일보의 흑백논리식의 색깔논쟁이 국민을 호도하고 여론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누군가가 보수나 진보라고 해서 국정운영능력이 더 낫고 못하다는 식의 조선일보식 이분법은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로막는 지양해야 할 사고방식이다.

많은 국민들이 개혁을 원하고 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겉으로는 개혁을 원하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국민의 불안을 조장하여 개혁의 후퇴를 바라는 이중적인 행태를 저지르고 있다. "색깔" 운운하는 조선일보의 색깔이 진정 무엇인지 궁금하다. 혹시 자신이 개혁을 바라는 비둘기인 양 흰색칠을 하고 나타난 까만 까마귀는 아닌지 조선일보는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사설] 改革 청와대·改革 내각으로 가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27일 전국순회토론회에서 “정부 인사 할 때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사람들을 모으면 일을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한 것은 향후 정부직 인선 때 자신과 색깔이 맞는 인물들 위주로 고르겠다는 방침으로 보여 주목된다. 

노 당선자의 이 방침은 정치 원론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정당 정치의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정권을 잡으면 자신들과 생각이 같은 사람들을 주요 정부직에 포진시키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풍토와 관련해 지적할 대목이 없지 않다. 우선 노 당선자는 지금까지 ‘개혁 청와대·안정 내각’을 말해왔는데, 이 구도가 ‘개혁 청와대·개혁 내각’으로 바뀐 것인지, 그렇다면 ‘안정’은 그동안의 ‘개혁’과의 병행선상에서 후순위로 밀린 것인지 궁금하다. 

지금 집권측 내부에선 새천년민주당이 실패한 정당으로 비판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노 당선자와 색깔을 같이하는 사람들이란 민주당 인사가 아니라 제도 정치권 밖에 있던 진보 그룹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청와대와 내각의 주요 포스트를 장악하는 상황은 국정의 실험일 수밖에 없는데, 그 파격성이 주는 신선함과 함께 실험의 결과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노 당선자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다른 쪽의 의견을 들어서 하면 일방적으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같은 색깔의 집단은 다른 쪽의 의견을 적대시하고 배척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쪽의 의견을 듣기 전에 새 정부의 국무회의부터 동색(同色)의 합창이 아니라 다양한 견해들의 수렴이 이뤄지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고 본다. 

새 정부의 진용은 노 당선자측 선택의 문제이다. 다만 개혁의 절차와 과정까지 같은 색깔, 같은 목소리 일색으로 질주한다면 시행착오 가능성이 높고, 그 부담은 국민이 져야 한다는 점을 유념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사설] 改革 청와대·改革 내각으로 가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27일 전국순회토론회에서 “정부 인사 할 때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사람들을 모으면 일을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한 것은 향후 정부직 인선 때 자신과 색깔이 맞는 인물들 위주로 고르겠다는 방침으로 보여 주목된다. 

노 당선자의 이 방침은 정치 원론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정당 정치의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정권을 잡으면 자신들과 생각이 같은 사람들을 주요 정부직에 포진시키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풍토와 관련해 지적할 대목이 없지 않다. 우선 노 당선자는 지금까지 ‘개혁 청와대·안정 내각’을 말해왔는데, 이 구도가 ‘개혁 청와대·개혁 내각’으로 바뀐 것인지, 그렇다면 ‘안정’은 그동안의 ‘개혁’과의 병행선상에서 후순위로 밀린 것인지 궁금하다. 

지금 집권측 내부에선 새천년민주당이 실패한 정당으로 비판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노 당선자와 색깔을 같이하는 사람들이란 민주당 인사가 아니라 제도 정치권 밖에 있던 진보 그룹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청와대와 내각의 주요 포스트를 장악하는 상황은 국정의 실험일 수밖에 없는데, 그 파격성이 주는 신선함과 함께 실험의 결과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노 당선자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다른 쪽의 의견을 들어서 하면 일방적으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같은 색깔의 집단은 다른 쪽의 의견을 적대시하고 배척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쪽의 의견을 듣기 전에 새 정부의 국무회의부터 동색(同色)의 합창이 아니라 다양한 견해들의 수렴이 이뤄지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고 본다. 

새 정부의 진용은 노 당선자측 선택의 문제이다. 다만 개혁의 절차와 과정까지 같은 색깔, 같은 목소리 일색으로 질주한다면 시행착오 가능성이 높고, 그 부담은 국민이 져야 한다는 점을 유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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