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미디어 비평> 비평하기

<미디어 비평> 좋게 보기/나쁘게 보기

등록 2003.06.04 19:51수정 2003.06.04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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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좋게 보기

흡수통합 논란으로 진통을 겪었던 MBC <미디어비평>이 자사 보도까지 비판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개편 이후 내용이 더 충실해 진 것 같다.

<미디어비평>은 지난 5월 9일 내보낸 ‘이상호의 미디어 속으로’라는 새 코너에서 <서세원의 허리병에 묻힌 영화홍보비리>를 다뤘다. 앞서 지난달 4월 30일 일간스포츠는 침대에 누워 귀국한 서세원씨의 근황을 ‘동정론’ 관점에서 집중 보도했었다. <미디어비평>은 미국 현지 취재를 통해 첫째, 일간스포츠가 서씨가 허리 치료를 받은 곳으로 보도한 ‘세인트루이스’라는 병원은 없고 둘째, 서씨는 입원도 하지 않았으며 셋째, 쇼핑까지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서씨의 귀국을 동정론의 시각에서 관대하게 다룬 스포츠신문이 지난해 연예계 비리 수사와 뇌물 수수관행에 대해선 소극적으로 보도했던 사실을 지적했다. 또 서씨가 영화 <조폭마누라>를 제작했을 당시 스포츠신문이 지면을 홍보성 기사로 채웠던 점을 꼬집기도 했다. <미디어비평>팀은 이런 사실들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3∼6일 이상호 기자를 미국으로 급파했다.

미디어비평은 자사인 MBC 뉴스데스크에 대해서도 가차없이 비판을 가했다. 지난달 22일 내보낸 ‘중국산 대구에서 납이 나왔다’는 보도는 담당 기자가 대구와 납을 구한 뒤 대구에서 납이 나오는 장면을 연출했다고 지적하며 “MBC의 방송강령은 뉴스화면을 재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미디어비평 팀장은 자사에 불리한 이런 내용을 다루기까지 제작진은 적잖은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김 팀장은 “보도국에서‘이미 다 끝난 일인데 굳이 다시 끄집어낼 필요가 있냐’는 등 마땅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지만‘뉴스 화면도 공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알려주기 위해 보도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방영된 미디어비평은 꼭지 수도 늘었을 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현장취재 강화, 다양성 확보, 자사비판, 당사자 확인 등 함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계속 이런 수준이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미디어비평> 나쁘게 보기

이번 방송을 보면서 많이 안타까웠던 점은 포맷 자체가 너무 딱딱하다는 점이다. 이번 방송 '이상호기자의 세상속으로'가 새로 생겨 호평을 받고 있긴 하지만 시청률도 아직 3∼6로 고정 층만이 보는데, 지평을 넓히거나 포맷을 변화시킬 구상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를 느낀다.

선진국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일수록 토론 형태를 띄고 있다. 지난해 <미디어비평>에서 소개한 프랑스 5 TV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은 완전 토론식이다. 토론이 가능한 것은 서로 다른 보도태도를 보이는 신문사 소속 기자들이 나와서 논전을 벌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령 북핵 문제를 두고 <조선일보> 기자와 <한겨레> 기자가 나와 시비를 가리고 옳고 그름을 논쟁하는 방식이 가능할 것이다. 이미 시도하고 있지만 참신한 시각과 분석력을 지닌 사이버 논객들을 출연시키는 방법, 현역 언론인이나 미디어 관련 유명인사들이 자리를 함께 하는 `미디어비평이 만난 사람’과 같은 형태의 형식을 구상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방송을 지켜보면서 이 프로그램에서 시청자의 목소리를 느낄 수가 없었다. 기존 방송매체의 특성상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런 차원에서 시청자를 대신해 방송 비판의 역할을 하고 있는 <미디어 비평>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필자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 프로그램이 이른바 ‘선수들만 보는 프로그램이 아닌가’라는 비판이다. 시청자의 수준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위적인 이미지를 조장하고 있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쉽게 전달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런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는 아마도 <미디어 비평>의 구조적인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가령 정치적 사건이 있다면 각 언론의 보도가 다르다. 이때, 미디어 비평은 제3의 단계에서 칼을 들이댄다. 즉, 정치적 사건의 구조적인 문제에 집중하는 다큐나 단순한 사실을 보도하는 뉴스와는 달리 단계가 더욱 복잡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사건도 소개하고, 보도내용 중 무엇이 잘못인지를 분석하고, 비교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내용이 축약되고 간결해진다. 기승전결 중 기와 승의 과정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시청자들이 쉽게 접근하기보다는 기존 지식이 충분해야 이해할 수 있는 문제점이 종종 발생하게 된다.

매체 비평의 또 하나 문제점, 이런 프로그램은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소신 있게 방영해 나가야 그 의미를 살릴 수 있는데, 요즘 들어 ‘편향적이다,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실 비평의 본질상 편향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인정한다. 언론이 미국의 이라크 침략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는데 비평이 그것을 잘못됐다고 보면 편향적인가.

이런 편향이라면 어떤 비평 프로도 제대로 방송되기 힘들 것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보수의 목소리를 너무 많이 들어 비만증에 걸려있는 것 같다. 이제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편식하면 안 된다. 다양한 목소리, 시각이 반영되는 언론을 계속 견인해 나가도록 할 것이다.

특히 <미디어비평>에서 편향성의 문제가 계속 제기되는 이유는 조·중·동 비판에 관한 것이다. 조·중·동이 신문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어 여론시장을 좌우하고 있고, 가장 정치적이고 사실 왜곡 또는 ‘비틀기’가 많아서 미디어 비평에서 집중적으로 비판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많은 우려 속에 시작된 MBC의 <미디어비평>이 이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듯하다. 신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면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을 다양한 형태로 비평해 왔다. 따라서 방송이라고 신문을 비평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지금까지 방송된 MBC <미디어비평>은 신문보도에 대한 단순비교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짧은 시간동안 많은 내용을 다루려다 보니 심층적인 비판이 부족했다는 비난과 함께 신문비평에 그치지 않고 자사방송을 포함한 방송도 함께 비평하며 문제를 지적했다는 데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도 받고 있다.

KBS에서 제 2의<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을 신설키로 한 것이나 <미디어비평>이 수많은 논란 중에서도 폐지되자 않고 존속케 된 것이나 모두 <미디어비평>에 큰 기대를 거는 시청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가지 비판점도 많았지만 앞으로 남은 길이 더 중요하다.

<미디어비평>, 꾸준한 노력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서는 프로그램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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