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볼, 슛~ 골인!

뇌성마비 장애우들의 축구사랑

등록 2004.02.18 10:08수정 2004.02.19 16:52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상록 축구단 선수들.

상록 축구단 선수들. ⓒ 상록축구단

“저희 축구단은 뇌성마비 장애우들로만 구성됐습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축구를 한다니 조금은 믿기 어려우시죠? 14명의 선수들이 행복한 볼을 굴리고 있습니다.”


지난 2002년 6월, 우리나라 전역을 붉게 물들였던‘축구’는 이웃과 이웃을 연결시켜줬고, 세계를 만날 수 있게 한 계기였다. 축구로 하나 되어 필드를 누비는 선수가 어디 국가대표 뿐이랴. 대구 상록 뇌성마비 복지회 축구단(상록축구단)은 신체 조건에도 굴하지 않고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진짜 사나이들이다.

a 몸싸움도 두렵지 않은 선수들.

몸싸움도 두렵지 않은 선수들. ⓒ 상록축구단

6~8급의 장애 판정을 받은 장애우 14명이 축구팀을 결성하기 위해 모인 것은 지난 98년 10월. 뇌성마비 축구를 통해 재활의지를 향상시키고 장애우 스포츠의 국내 및 국제 교류 확대를 계기로 세계화를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창단됐다. 창단 당시, 체육활동을 통한 신체기능 회복과 재활을 목적으로 시작됐지만 지금은 모두 축구 사랑에 푹 빠져 지낸다.

상록 축구단의 주장 채경훈(대구 29, 미드필드)씨는 “탁구, 농구, 배구 등 다양한 스포츠 경기가 있지만 축구를 하면서 골을 넣었을 때의 상쾌함은 그 어느 스포츠에서도 맛볼 수 없습니다. 저희가 축구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축구의 남성다움에 있죠”라며 축구로 뭉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지난 98년 창단 이후 매년 개최되는 뇌성마비 축구대회에 빠짐없이 출전해온 상록 축구단의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신생 축구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경기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둬왔다.

1년에 4차례씩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는 뇌성마비 축구대회에 참가해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4개의 성과를 이루었다. 14명의 선수 모두가 매주 토요일 오후 2~3시간씩 연습한 결과였다.

a 2003년 대구 대회 우승후.

2003년 대구 대회 우승후. ⓒ 상록축구단

지금까지 참가한 수많은 대회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경기는 지난 2003년 11월, 대구에서 열린 제 4회 상록배 전국 뇌성마비인 축구대회다. 상록 축구단이 처음으로 우승기를 거머쥔 대회이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7개팀이 참가했어요. 예선에서 2대2로 비겨 승부차기를 했는데 그때는 정말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일산 홀트 복지타운 축구단에서 찬 첫 번째 골이 우리팀 골키퍼의 가슴으로 안겼고, 저희는 차근차근 골을 다 넣었거든요. 그 결과 3대1로 상대팀을 꺾고 결승에 진출해 1대0으로 우승을 했습니다. 전국대회에서 처음 우승 한 것이라 너무 기뻤습니다.”

뇌성마비 축구단은 7인제 경기다. 기존의 축구가 11명의 선수로 구성된 반면 뇌성마비 축구단은 7명의 선수가 필드에서 전·후반 각 30분 동안 맹활약을 한다. 나머지 7명의 선수는 ‘8번째 선수’로 교체시간만을 기다린다. 이들에겐 기다리는 시간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순간이다.


한편, 상록 뇌성마비 축구단은 지난 2001년 장애우와 비 장애우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과 축구에 대한 정보를 나누기 위해‘행복을 굴리는 뇌성마비 축구단(http://cafe.daum.net/football12)’이라는 인터넷 동호회를 개설하기도 했다. 이 곳에는 전국에 있는 뇌성마비 축구팀과 축구계의 소식을 공유하고 있다.

a 등번호 7번이 주장 채경훈 선수.

등번호 7번이 주장 채경훈 선수. ⓒ 상록축구단

상록 축구단의 앞으로의 계획은 연습 또 연습이다. 전국 최강의 실력을 갖추기 위해 연습은 필수기 때문이다. 조그마한 축구공에 행복을 담아 골인시키는 그날을 상록 축구단은 꿈꾸고 있다.

“‘뇌성마비 장애우가 축구를 한다?’언뜻 그 영상이 떠오르지 않아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어색해 하고‘대단하다’며 추켜세우지만 저희는 결코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국대회에서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겁니다.”

상록 축구단원들이 입을 모아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행복한 소식만 싣는 인터넷 신문, 해피인(www.happyin.com)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행복한 소식만 싣는 인터넷 신문, 해피인(www.happyin.com)에도 실렸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2. 2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3. 3 개 안고 나온 윤 대통령 부부에 누리꾼들 '버럭', 왜? 개 안고 나온 윤 대통령 부부에 누리꾼들 '버럭', 왜?
  4. 4 추석 민심 물으니... "김여사가 문제" "경상도 부모님도 돌아서" 추석 민심 물으니... "김여사가 문제" "경상도 부모님도 돌아서"
  5. 5 계급장 떼고 도피한 지휘관, 국군이 저지른 참담한 패전 계급장 떼고 도피한 지휘관, 국군이 저지른 참담한 패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