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기가 부족한 B급 뮤지컬 <쌍생>

18일까지 대학로 게릴라 극장에서

등록 2004.06.13 23:12수정 2004.06.1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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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T뮤지컬컴퍼니
뮤지컬 <쌍생>(STT뮤지컬컴퍼니, 이윤주 연출)이 오는 18일까지 대학로 게릴라 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개관 3번째 작품인 <쌍생>은 개관작 <천국과 지옥>의 주연배우들이 다시 출연해 눈길을 끈다.

<쌍생>은 눈 먼 오빠와 쌍둥이 여동생과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이 남다른 스토리 위에 음악과 댄스, 격투, 왕가위 영화 패러디 등을 뒤섞어 독특함을 주었다. 특히, 남매간의 성행위를 묘사하는 장면을 직접 등장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쌍생>은 여러 장르를 믹싱하고 금기에 도전하는데, 마침 연출자는 이를 B급이라 부르고 있다.


그러나 <쌍생>은 B급 내용을 갖고 있을 지는 몰라도, B급다운 매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른 공연에서 보기 힘들 파격도 약한 편이고, 도전도 순하다. 그저 여러 장르를 치기 어리게 섞어놓은 느낌이다. 무엇보다 <쌍생>에는 신인의 패기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쌍생>은 근친상간을 다루는데 있어 소재주의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는다. 또 춤과 노래만의 볼거리, 들을 거리로 적당히 흥겨움을 제공하는 작품도 아니다. 이 점이 <쌍생>을 끝까지 관심있게 지켜보게 만든다.

<천국과 지옥>에서 비키역으로 스타성을 과시, 적잖은 사랑을 받았던 김지현은 <쌍생>에서 다채로운 변신을 시도한다. 속깊은 여동생역과 천박한 콜걸을 번갈아 연기하는 그녀는 분명 이전보다 나아졌다. 특히 그녀가 '헌팅턴무도병'이라는 희귀병을 장기인 신체언어(인형 마임)로 소화해 보일 때에는 좋은 배우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그러나 충분한 연습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새 무대에 오른 탓인지 이전에 지적되었던 연기력 미흡이 관객의 극 몰입을 더디게 한다. 가성을 쓰는 그녀는 아직 자기 목소리를 장점으로 살리지 못해, 고음의 노래를 할 때면 불완전한 음정으로 관객들이 같이 불안함을 느낄 정도.

눈먼 오빠역을 맡은 민정기는 전작 <천국과 지옥>의 플루톤역을 통해 적잖은 팬을 확보했는데, 이번에도 멋진 노래와 춤실력으로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기타 조연으로 등장하는 강나루, 김낙균, 최윤미, 정소희, 이주언, 권해권, 홍세범 등도 여러 역을 소화해 내면서 춤과 무술, 섹시함으로 관객을 유혹한다.

<쌍생>은 비록 열흘 간의 공연에 그쳐 그 아쉬움을 더하지만, 단점을 보완하여 차후 재공연에 들어간다면, 그 독창성과 파격성으로 인해 오래도록 사랑받는 뮤지컬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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