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구립납골당 설치 '특혜 의혹'

채무 100억원에 지상권까지 빼앗긴 납골당과 66억원대 수의계약

등록 2005.06.02 15:32수정 2005.06.0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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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조항까지 만들어 관리위탁권한과 추후 예산지원까지 보장

서울시가 서울시민만 사용할 수 있는 전용 구립 납골당을 설치하면서 경기도 화성시의 특정 민간 사설납골당의 일부를 66억7500만 원에 수의계약하고 관리위탁권한과 재정지원까지 보장해 주기로 해 특혜의혹을 사고 있다.

또한 수십억대의 공적 예산으로 사설 납골당을 사들이면서 토지, 건물 등기이전 권리는 포기하고 등기상 채무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재단법인의 봉안증서를 받기로 해, 시민의 혈세를 집행하면서 재산권 확보에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와 관련 경기도는 서울시가 구립 납골당을 설치하면서 경기도와의 협의 없이 경기도 내 사설 납골당을 임의로 매수해 공설 납골당으로 전환해 사용하는 것은 '장사등에관한법률'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성북구청 등 7개 구청 화성시 사설 납골당 66억7500만원에 수의계약

서울시 성북·동작·종로·중·성동·광진·도봉구 등 7개 구청은 지난 2004년 12월 연대해 경기도 화성시 향남면 동오리 330-26에 있는 사설 납골당 재단법인 효원납골공원과 2만6700기의 개인형 납골 안치단에 대한 분양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들 7개 구청은 경기도에 소재한 납골당을 매수하면서 해당 지자체와 협의하지 않았고 66억7500만 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하면서 100억 원대의 근저당권과 개인에게 30년간 지상권이 설정되어 있는 재단법인에게 단지 저당권 등기 말소를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또 계약을 체결하면서 관리위탁, 재정지원 보장, 토지·건물 등기 이전 대신 영구 봉안증서 양도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7개 구청이 납골당을 매수하면서 매도자가 재단법인이라는 이유로 토지와 건물 소유권 확보를 포기하고 영구사용(봉안)권만을 받기로 한 것은 재산권에 대한 권리설정이 등기상에 기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적 자산을 운영하는 데 위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또한 분양계약한 2만6700기의 납골당은 10년간의 이용률을 감안해 수립한 수급계획이어서 10년 동안 유골이 봉안되지 않은 상태에서 봉안증서가 이중 매매될 위험성마저 우려되고 있다.


한편 효원이 납골당을 분양매매하면서 주무관청인 경기도의 허가를 받아야 할지 여부 또한 주요 관심사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서울시는 봉안증서는 토지나 건물에 대한 소유권 이전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납골당을 영구 사용하는 분양권을 매수한 증서이므로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을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울시의 말대로라면 봉안증서는 그다지 중요한 증서는 아닌 셈이다.

100억 원대 빚더미에 앉은 사설 납골당에 특혜 부여

서울시 7개 구청이 66억여 원의 예산을 집행하면서 등기 이전이 불가능한 납골당 2만6700기를 일괄 매수하게 된 배경에는 효원납골공원이 재단법인이라는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는 구립 납골당을 설치하기 위해 사설 납골당을 매입하면서 3만기 이상의 납골단을 확보한 납골당을 물색하게 되었고, 분양가격도 저렴한 납골당을 찾다보니 7개 구청이 연합해 연서 계약을 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 소유권으로 인한 법적분쟁, 이중분양소지, 채권채무관계로 복잡한 개인 사설 납골당은 위험 부담이 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단법인 납골당을 선택하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주무관청의 허가 없이 100억 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고 지상권까지 개인에게 빼앗긴 빚더미의 납골당이 지자체의 말대로 재단법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안전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서울시는 66억7500만원의 분양대금에 관리위탁권과 필요에 따라서는 재정지원까지 보장한다는 특혜까지 부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인배 서울시 장사문화팀장은 "재단법인 납골당은 법인 특성상 기본재산 매도가 불가한 반면에 안정성이 확보되는 점을 감안하여 영구사용(봉안)권으로 매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일 A구청 장묘관계자는 "납골당 매수와 관련해 계약금으로 10%를 지불한 상태이나 토지나 건물의 소유권을 확보하지 않고 영구봉안증서를 받기로 해 전반적으로 관련 조례제정 등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7개 구청이 연서 계약은 하였지만 구립 납골당을 운영하는 시기는 각기 다른 6월~8월 사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효원납골공원과 연서계약한 7개 구청은 현재 구립 납골당 설치 운영을 위한 '장사등에관한조례'를 제정 중이거나 입법 예고한 상태이다. 그러나 계약서에 조건부로 명시한 저당권 설정 등이 말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매수액에 상당하는 봉안증서를 양도할 예정이고 경기도가 크게 반발하고 있어 6월 초 7개 구청 관계자 회의를 소집해 놓은 상태다. 7개 구청은 주무관청의 허가 없이 등기상 채권채무가 정리되지 않은 재단법인에 납골당 매수액의 10%인 6억6천여만 원의 계약금을 이미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주무관청 허가 없는 근저당권 설정 위법 시정조치

재단법인 효원납골공원은 지난 2004년 7월 화성시로부터 재단법인이면서 주무허가관청인 경기도의 승인 없이 재단등기에 근저당권 등이 설정되어 있는 사실이 적발돼, 이미 경기도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은 바 있다.

'보건복지부장관 및 그 소속청장의 주관에 속하는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 제12조'에 따르면 법인은 기본재산을 매도·증여·임대 또는 교환하거나, 이를 담보로 제공하거나 기본재산에 관한 의무의 부담 및 권리의 포기를 하고자 하는 때에는 처분 1월전에 주무관청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7개 구청과 납골당 분양매매계약을 체결한 재단법인 효원납골공원은 지난 2002년 11월 22일 경기도로부터 재단법인 설립허가를 받을 당시에도 납골당 부지인 화성시 향남면 동오리 330-26는 이미 1억여 원의 가압류와 임의경매신청, 7억500만원의 근저당이 설정되어 있었고 공유지전원지분전부이전청구권 가등기 설정, 30년간 황모 씨 앞으로 지상권이 설정되어 있는 등 이미 복잡한 채무관계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2004년 12월 서울시 7개 구청이 납골당 분양매매계약을 추진할 당시에도 100억 원에 달하는 근저당권설정이 되어 있었고 지상권 또한 오모씨 앞으로 되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알고서도 7개 구청은 납골당 분양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특약사항을 통해 기 설정된 저당권 등기를 2005년 1월 31일까지 말소할 것을 전제로 조건부 계약을 체결하고 위 기간까지 말소를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본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제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단서까지 달았다.

그러나 효원은 약정 기일 내에 100억원의 근저당 설정과 지상권 설정을 해지하지 않았고 한 달 뒤인 2월 28일 일부는 해지하였으나 가압류 2건은 현재까지도 남아 있는 상태이며 7개 구청과 계약체결 후인 2005년 1월 18일에는 가압류 1건이 추가로 신규등재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 7개 구청은 아무런 법적 조치도 계약해지도 하지 않았다. 서울시민을 위한 구립 납골당을 설치한다는 명분치고는 재단법인 효원납골공원에 엄청난 특혜와 배려를 한 셈이다.

서울시의 예고된 특혜 의혹

서울시는 지난 2004년 일선 구청에 보낸 '자치구 구립 납골시설 건립비(인센티브) 지원금 집행지침'에서 2004~2005년까지 납골시설 발주 시 기당 30만 원까지 지원해주겠다는 지원기준을 제시했다. 또 공설시설 신규건립(타 지방자치단체와 협의설치 등 포함) 시 적법하게 설치된 민간 납골시설의 매입, 임차 등의 방법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예산집행 시 유의사항이란 단서에서 납골시설의 토지, 건물 소유권 확보(이전) 가능할 경우에 매입을 추진하라고 해놓고서 예외로 재단법인 납골당은 법인 특성상 기본재산 매도가 불가한 반면에 안정성이 확보되는 점을 감안하여 영구사용(봉안)권으로 매입이 가능하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이는 국내 사설 납골당 중에서는 유일하게 재단법인 허가를 받은 효원납골공원을 지칭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서울시는 예산집행 시 예외규정까지 만들어가면서 100억원의 근저당권설정과 30년간이나 개인 앞으로 지상권이 설정되어 있는 재단법인의 납골당 66억7천여만원어치를 덜컥 사들인 셈이다.

경기도, 서울시 위법행위 즉각 중단 통보

한편 경기도는 서울시의 이 같은 조치에 정면 발발하고 나섰다. 서울시의 구립 납골당 설치와 관련해 용미리와 원지동의 추가 납골당 조성이 무산되자 다른 지역에 설치된 사설 납골당을 해당 자치단체와 상의조차 없이 민간업자를 내세워 서울시민을 위한 구립 납골당으로 사용하겠다는 것.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이 같은 경우 지자체와 협의 후 납골당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기도 김남근 장묘문화담당에 따르면 경기도는 5월 말 고문변호사에게 서울시의 사설 납골당 매수와 관련하여 '장사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2항'의 위반여부, 사설 납골당을 매입해 공설 납골당으로 사용하는 것이 적법한지 여부, 봉안증서 양도가 재단법인의 기본재산 처분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법률 자문해 놓은 상태다.

아울러 경기도는 5월 서울시와 7개 구청에 사설 납골당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인 만큼 서울시가 구립 납골당임을 표시하는 상징물을 설치하여 불특정 다수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사설 납골당을 특정인들만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행정이라며 서울시의 위법행정을 즉각 중지할 것을 통보한 바 있다.

이에 종로, 성북구청 등 일부 구청은 이 같은 경기도의 강력한 반발에 조심스럽게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동작구청는 7개 구청 중에서 가장 먼저 구립 납골당을 구민에게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동작구장사등에관한조례를 제정', 구의회 의결을 마친 상태이므로 동작구민들은 빠르면 6월 10일부터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동작구청은 15년간의 납골당 사용료로 15만원, 관리위탁비로 45만원을 받을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웹진 피플www.gypeople.co.kr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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