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당무 리제와 독수리>풀빛
숲 속에서 잠자는 공주,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유리관에 누운 백설공주, 높은 탑에 갇혀버린 오데뜨 공주….
이 공주들을 구하는 이는 모두 왕자들이다. 또 재투성이의 신데렐라를 하루아침에 아름다운 성에 머무를 수 있도록 만드는 이도 왕자이다.
이처럼 여성인 공주를 구하는 것은 남성인 왕자의 몫이다. 어디 그뿐인가? 새 엄마의 갖은 모략에 시련을 겪는 콩쥐에게 새로운 생활을 안겨다 주는 것도 그 고을의 원님이다.
이 동화의 공통점은 여성은 나약한 존재이고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며 그 손길이 와 닿을 때까지는 인내하며 온갖 시련을 묵묵히 감내한다는 것. 반대로 여성인 공주가 왕자를 구한다는 전래동화나 세계명작동화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런데 여기 이 책, <홍당무 리제와 독수리>(마르틴 아우어 글. 악셀 셰플러 그림, 출판사 풀빛)는 그 반대의 설정이다.
어느 날 공원에서 고집 센 소녀 리제는 에블린 아주머니를 만났다. 입기 싫다는 옷을 억지로 입히려는 에블린 아주머니에게 리제는 그만 화를 참지 못하고 얼굴이 홍당무가 된 채 화를 내고 만다.
화를 낼 때 얼굴이 붉어지는 건 리제만의 특징. 그러자 에블린 아주머니는 "그렇게 화를 잘 내는 아이는 독수리가 데려간다" 고 말해 버린다. 하지만 리제는 독수리에게 호락호락 당할 여자아이가 아니었다.
저마다의 고유성격을 존중할 것을 일깨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