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페스토 운동 갈 길 멀다

부산 시민단체들, 평가 반성 목소리 높아

등록 2006.05.29 14:10수정 2006.05.2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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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매니페스토'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후보자 공약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평가해 후보자들에게는 공약에 대한 책임을 유권자들에게는 후보자 선택을 돕는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전국적 열풍에 부흥해 부산에서도 각 분야 시민단체들이 모여 공약검증단(공검단)을 만들었다. 부산에서는 부산 클린캠페인운동(CC운동), 매니페스토 검증단, 부산시민연대 등이 공검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부산 매니페스토 검증단은 2개 언론사와 부산 참여자치시민연대가 공동으로 구성했다. 부산시민연대는 부산 참여자치시민연대, 부산 경실련을 비롯한 부산의 12개 시민연대가 함께 만든 기구이다. 부산클린캠페인운동(CC)은 부산시민패널단, 부산 참여자치시민연대, 부산 경실련, 동의대지방자치연구소, 부산여성지방분권네트워크, 한국투명성기구 부산지역본부 등 총 5개의 시민단체와 1개의 연구소가 연대하여 결성한 조직이다. 세 검증단 모두 기준은 SMART와 SELF다.

그러나 부산CC는 매니페스토가 전국적인 현상이 되기 전 이미 지역에서 먼저 논의를 이끌었다. 매니페스토는 공약 검증만 하지만 CC운동은 ▲후보자의 공천 과정 ▲선거운동 감시 등 보다 넓은 활동이 포함된다.

'부산CC(Clean Campain)운동본부'는 지난 25일 오후 5시 3개월동안의 검증활동에 대한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CC단체 관계자들은 매니페스토 운동에 대해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우선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검증기준으로 스마트지수가 쓰이지만 구체적이지 못 한 것이 사실"이라는 것이다. 외국은 2,3년 걸려 기준을 마련하지만 국내는 3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 준비한다는 것에 대해 반성이다.

부산여성지방분권네트워크 김귀순 대표는 "여성과 복지분야는 아주 중요한 분야인데 스마트 지수로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서 "특히 여성 분야는 성별로 구분해 검증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현직에 있는 후보자들이 검증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경향이 있다"며 "현직 후보들에게 정보접근 기회가 수월하게 주어지는 현실에서 매니페스토 기준을 모든 후보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후보자들의 비협조도 CC운동이 성공적이지 못한 원인중의 하나다. 후보자들로부터 제대로 된 공약집을 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후보자들은 공천을 받은 후에 공약집을 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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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원

CC운동 관계자는 "어떤 후보는 공약집이 아닌 공보집을 그대로 보내온 경우도 있다"면서 "300페이지에 이르는 공약집도 있으며 내용이 중복되거나 후보자들이 공약을 베껴 유사 공약을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다음 원인으로는 선관위의 제약을 들었다. "후보자들의 공약을 계량화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고 공약을 비교해 수치를 공표하는 것은 더더욱 선거법에 위반되기 때문에 공약집을 분석해도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매니페스토 운동은 기대와 함께 시행착오도 컸다. 동의대 김순은 교수는 "현 상황은 매니페스토가 정착하기 위한 과도기"라며 "3개월간의 기간 동안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와서 아쉽다"고 말했다. 덧붙여 "향후에는 공약을 검증한다는 차원을 넘어 좋은 공약을 유도하기 위한 활동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매니페스토가 4년뒤 진정한 검증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공약의 사후검증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공약 검증운동 기대만큼 아쉬움도 컸다
동의대 지방자치연구소 김순은 교수

- 클린 캠페인 공약검증의 성과를 꼽자면?
"후보자들이 선거 공약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특히 시장후보의 경우 초기에는 공약이 대부분 구호성이었으나 평가가 진행됨에 따라 보다 구체성을 띄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약을 함에 따라 후보자들이 공약을 무시하기 힘들다."

- 클린 캠페인 공약검증의 문제점은?
"우선 전문 인력의 문제가 있다. 전문가는 많은데 봉사 참여자가 부족하다. 대학 교수 등 정책 분야 전문가는 많은데 클린 캠페인 운동에 참여하는 봉사자들이 거의 없어 심층적 연구와 검증의 어려움이 있다.

시민단체의 과부하도 문제다. CC운동에 참여하는 5개 시민단체의 경우 시민단체의 다양한 활동으로 인하여 CC 운동에 배려할 시간적, 인력적 여유가 많지 않다. 그리고 유권자와 후보자 모두 공약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지역선거의 영향으로 공천이 당선이라는 인식이 만연해 정책선거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다. 또한 다른 후보의 공약을 모방하는 등 주요공약의 독자성을 확인하기 어렵다.

이번에도 역시 공약을 과포장하는 공약 또한 난무했다. 단체장이 내세울 공약인지 기초의원이 내세울 공약인지를 구분하지 않고 크기가 큰 공약을 제시했다. 그리고 주로 건물을 짓는 다거나 하는 하드웨어적인 공약에 치우쳐 소프트웨어적인 생활 공약이 소홀히 되는 경향이 있었다. "

-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6개 단체가 시간을 쪼개 자원봉사 형태로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금전적으로, 시간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제 시작단계인 CC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시민의식 신장을 통한 자발적 노력이 필요하다."

김순은 교수는 동의대 행정학교 교수이며 정부혁신 지방분권위원회 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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