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안반덕의 야경김용완
갑자기 별을 촬영하고 싶어졌다. 사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한번 도전해볼 만한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촬영장소나 시기가 문제였다.
단순히 별만 잘 보이는 곳보다는 밤하늘과 별, 그리고 이런 소재와 잘 어울릴만한 곳이었으면 했기 때문에 섣불리 감행하기엔 까다로운 촬영이다. 여기에 기자가 가지고 있는 출사지 정보가 부족했던 것도 촬영이 더욱 미뤄져온 이유였다.
그동안 머릿속에서만 그려온 야경사진은 이렇다. 녹색의 초원이 펼쳐져 있어야 하고, 초원의 언덕 위에 그림처럼 서있는 집 그리고 하늘을 수놓은 다양한 이름을 가진 별의 궤적. 여기에 환상적인 색감과 함께 사진 속 소재가 조화를 이루는 사진. 이런 사진을 촬영하고 싶었다.
영월 출장을 준비하면서 트라이포드와 여유분의 배터리, 셔터 릴리즈 등 야경촬영에 필요한 카메라 장비를 챙겨나왔다. 특별히 정해놓은 일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기회가 되면 언제든지 출사를 가겠다는 생각이 이렇게 만들었다. 꼭 가야하는 건 아니고 그냥 그러고 싶을 때 자유롭게 떠나겠다는 뭐 이런 생각 말이다.
촬영을 감행한 이날도 막연한 기대만 있었지 꼭 촬영을 하겠다는 굳은 마음을 가지고 출장을 나온 것은 아니었다. 업무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날이 좋으면 잠깐 들려가겠다는 생각 정도였다. 그러던 중 기회가 찾아왔다. 이틀간의 워크숍은 다행히 둘째날 정오 무렵 마무리 됐고, 출장지역도 생각하고 있는 출사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마음속에 머릿속에 그려온 그런 그림과 어울리는 장소로 대관령과 강릉 대기리(안반덕)를 꼽고 있었는데, 대기리가 출입도 자유롭고 영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에 그곳으로 방향을 잡았다.
강릉으로 가는 길. 오랜만에 들려보는 정선과 여량역. 그리고 여량 역 앞 콧등치기 국수집. 오래전 꼬마기차 타고 정선을 찾았을 때의 기억이 거기 그대로 있다.
반가운 마음에 운전하면서 자꾸 돌아보게 된다. 하지만 시간때문에 멈추지 못하고 눈으로만 훑고 지나간다.
정선에서 강릉으로 넘어가는 길에는 가을초입에 들어서는 시기라 메밀밭 풍경이 장관이다. '저 메밀밭도 달빛이 드리워진 밤에 보면 멋질 텐데….' 학교 다닐 때 읽었던 <메밀꽃 필무렵>의 기억이 오늘밤 야경촬영과 차창 밖으로 펼쳐진 메밀밭 풍경이 오버랩 되면서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