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우리 가족의 황금돼지. 귀엽죠?남희원
"덜그럭, 덜그럭."
조용한 밤에 난데없는 동전 소리가 공허하게 울려 퍼집니다. 무슨 일이냐고요? 바로 저희 아빠께서 오랫동안 모아 오신 '황금돼지'를 잡는 날입니다.
저런, 한 번의 망치질에 저금통이 꽝 소리를 내며 허무하게 깨져 버리는군요.
@BRI@다가오는 우리 민족 최고의 명절, 설날은 우연히 걸린 저의 생일이기도 합니다. 이날에 줄 아주 특별한 선물을 위해 저희 아빠께서는 항상 잔돈을 모아 사무실 책상 위의 돼지저금통에 모으셨습니다.
자판기 커피라도 한 번 안 뽑아드시고 동전을 넣으시고, 버스를 안 타고 걸어간 날에도 동전을 넣으시고…. 아빠의 황금돼지는 그런 사랑을 받아먹고 어느덧 통통하게 자랐습니다.
학원을 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어째 집안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뭔가 가득 기대하고 있는 듯한 눈빛과 약간은 초조한 분위기. 마침내 정적을 깨고 동생의 헌 빨간색 골판지로 만든 레드카펫(?)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황금돼지 저금통이 모두의 "와∼" 하는 탄성을 들으며 자랑스럽게 등장했습니다.
돼지저금통 중에서도 가장 작은 저금통쯤 되지만, 가득 차서 아주 무거운 저금통을 바라보며 갑자기 내기도 이루어졌습니다.
"자, 너희 삼남매 서로 내기하는 거다. 얼마가 들어 있을지 가장 적은 차이로 맞추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그 사람한테는 아빠가 500원 더 줄게! 아빠 생각으론 5만원은 들어 있을 것 같은데? 아빠가 500원(짜리 동전을) 많이 넣었거든."
'500원'을 바라보며 서로 앞다투어 외쳤습니다.
"아빠, 나는 4만2000원 할래요."
"나는 3만8000원이요!"
"음, 그럼 나는…, 4만5000원?"
드디어 황금돼지를 잡을 준비가 되었습니다. 준비물은 신문지, 망치, 동전을 분류하고 계산할 손과 오늘의 주인공인 황금돼지.
모두가 설레는 눈길을 보내는 가운데 아빠가 망치를 들어올리셨습니다. 퍽! 소리와 함께 우리의 황금돼지는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고, 들어 있던 동전들이 신문지 사방으로 흩어졌습니다. 한 번에 산산 조각난 저금통을 바라보며 경악을 금치 못하던 식구들은 벌떼같이 달려들어 저마다 동전을 분류하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