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옥
한국에 가는 것보다 더 먼 거리를 날아 성도(成都:청두)에 도착했다. 첫 느낌은…, '북경보다 나쁘지 않다'는 것. 새로운 곳에 간다는 건 이런 걸까? 내가 북경에 사는 이상 중국의 다른 어떤 곳에 가더라도 북경보다 못한 곳은 없다. 그건 꼭 '북경'이어서가 아니다. 만약 내가 성도에 살고 있었다면, 성도보다는 북경이 좋아 보였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 자신이 처해있는 곳을 항상 불만족스러워 하기 마련인가보다. 아니, 적어도 난 늘 그래왔다.
@BRI@그러나 성도에 도착하자마자 헤매기 시작했다. 기차역이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공항버스에서 내렸는데, 근처에 기차역이 없다. 길 이름도 내가 가진 지도에선 찾을 수가 없다.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이 지방의 낯선 발음은 나를 더욱 난감하게 할 뿐이다.
그때 이 귀여운 소녀들을 만났다. 그들은 내게 길을 알려주는 것으로도 모자라, 직접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었으며, 내가 버스 타는 것까지 보고 가겠다며 한참을 같이 기다려주고, 버스 안에서 소매치기를 주의하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이 소녀들의 말을 좀 더 귀담아 들을 걸 그랬다. 여행 마지막 날 카메라를 소매치기 당했다).
그 소녀들 덕분에 별로 헤매지 않고 예약해 두었던 숙소를 찾았다. 이번 여행에서는 될 수 있으면 택시를 타지 않으려던 나의 결심을 첫날부터 깨는 불상사도 벌어지지 않았다.
뭐든 스스로 할 수 있다고 호기 있게 혼자 떠난 길이건만, 끊임없이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다. 선천적으로 방향감각상실증후군(?)을 앓고 있는지라, 특히 여행지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다.
가이드북을 들고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먼저 다가와 길을 알려주는 사람, 주소의 앞부분 지역 이름만을 물어봤는데 뒷부분 아파트 위치까지 설명해주는 사람, 내가 물어본 곳을 모른다며 오히려 미안해하는 사람, 버스에서 내리는 곳을 몰라 긴장하고 있을 때 같이 내려서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사람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 난 그들 덕에 여행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도움을 받고 나서 당연히 입으로는 '고맙다'고 말하지만, 정작 내가 그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를 곰곰 돌이켜보니 머릿속엔 물음표만 맴돌 뿐이다.
낯선 외국인에게 친절을 베푼다는 것. 맘먹기는 참으로 쉬워 보이나 직접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쉽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바뀌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 작은 친절이 얼마나 큰 행복을 주는지 몸소 느껴본 사람인 나는 바뀌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건 간단한 일이다. 내가 느낀 만큼, 내가 받은 만큼, 또 다른 사람들에게 되돌려주면 되는 것이다.
'받기만 하는 욕심쟁이는 되지 말아야지.'
여행 막바지 즈음, 나의 일기장에는 이 한 문장이 꼭꼭 눌러쓴 글씨로 쓰여 있다.
덧붙이는 글 | * 중국에서는 다들 아시다시피 간체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기사에서는 가독성을 위해 우리가 쓰고 있는 번체를 사용했습니다. 기사의 지명은 '우리말발음(한자:중국어발음)'의 형식으로 표기하였습니다.
* [가을아침의 단편여행]은 그동안 중국을 여행하며 보고 느꼈던 것들을 짤막짤막하게 한 편의 글로 정리한 것입니다. 시간적 순서와 상관없으며, 기사 간에 연속성이 없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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