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기드라마 <24>
주말 저녁, H양은 인기드라마 KBS2 <행복한 여자>가 시작하는 저녁 8시쯤 TV가 아닌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그 이유는 한국드라마 대신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미국드라마(미드)'를 시청하기 위해서다.
그가 처음으로 본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는 현재 2시즌이 끝난 상태. <프리즌 브레이크>를 본 뒤로 미드에 '푹~' 빠진 그는 요즘 유행하는 미드를 하나씩 섭렵하느라 새벽이 짧기만 하다. 한 번 보기 시작한 드라마는 3일 안에 1시즌을 다 볼 정도로 그의 미드 사랑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요즘 끊임없이 등장하는 인터넷 용어 '미드족'은 H양처럼 미국드라마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전에도 분명 미국드라마에 열광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 미드족은 그때와는 조금 다르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와 언론의 관심과 더불어,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더 빠르게 미드족이 된, 일종의 문화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미국드라마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들에게 있어서 미국드라마가 한국드라마보다 나은 점은 무엇일까?
'사랑타령'만 하는 한국드라마, 이젠 싫다
우선 미국드라마엔 한국드라마가 가지지 못한 다양함이 있다. 한국드라마를 떠올릴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사랑이야기다. 특히 한국드라마에선 시대가 변하고, 장소가 옮겨지고, 소재가 바뀌어도 '절대로' 사랑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외국에서 살았던 경험 덕분에 미드족이 되었다는 P(29)씨는 "법정드라마는 변호사들의 사랑으로, 병원드라마는 의사들의 사랑으로 그려내는 한국드라마와는 달리, 미국드라마는 정말 다양한 배경과 소재를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미국드라마에도 사랑이야기가 중심인 몇몇 드라마들이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는 드라마는 주로 사랑이야기보다는 다양하고 전문적이며, 신선한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
최근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그레이 아나토미> <24> <히어로즈>가 대표적이다. 즉, 미드족들은 한국드라마에서 찾기 힘든 다양하고 새로운 이야기에 매력을 느낀다.
또 미국드라마에서 미국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람들은 드라마를 통해서 그 나라의 문화를 간접 경험한다.
미국드라마 <디 오씨>를 즐겨본다는 차예지(23)씨는 "<디 오씨>를 통해 한국에서는 알 수 없는 미국 상류층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다양한 경험을 위해 외국을 찾는 젊은이들에게 미국드라마는 외국여행의 안내자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사전 제작으로 완성도 높이는 '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