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5·18 미화하여 이용하지 마라

등록 2007.05.17 18:06수정 2007.05.1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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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부가 일선 지도자들에게 "민중항쟁" 이란 용어 대신 "5.18 민주화 운동" 이라는 공식 명칭을 쓰고 "군부의 계획된 학살" 이란 확인되지 않은 용어를 쓰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것을 가지고 각종 언론사 홈페이지와 포털에는 5.18에 관한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고 이 이야기들은 마치 드라마 "제 5공화국" 처럼 그저 하나의 신화적인 옛 이야기처럼 변질되고 있는 양상이다. 교육부의 뜻이 어찌됐든 여론과 언론의 흐름은 이제 다 아문 줄 알았던 광주의 마음에 또 다시 상처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 시절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은 그들 무리에 앞장섰던 정신적 지도자들에게 권력을 맡겼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이다. 정권의 성공을 판단하는데는 여러가지 기준이 있겠지만 적어도 이들을 그러한 이유로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이 정권은 충분한 실망감을 안겨줬다. 그래도 아물어가는 옛 상처를 위안하며 살아왔는데 이데올로기 싸움이 다시 이들을 얼룩지게 만들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 '군부에 의해 계획된 학살' 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억지이다. 사격 개시의 신호를 누가 내렸는가. 본격적인 학살이 시작되기 전에 광주 봉쇄령을 내린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시민군의 총기 탈취를 비난하기 이전에 그 사건이 시민을 향한 발포 이후에 이루어졌음을 알아야 한다.

"민중항쟁' 이란 용어도 마찬가지다. 5.18은 지금의 위정자들이 신화처럼 받들면서 자신들의 경력으로 삼고 있는 그러한 민주화 운동이 아니다. 민주라는 위대한 이념을 위한 민중 항쟁이 아니라 살육, 학살, 잔혹, 야만에 대항하여 내 형제와 부모, 이웃과 친구, 시민 모두 살아남기 위해 모든 희망을 포기하고 아니 삶을 포기하고 이판사판으로 한판 붙은 그런 전쟁이였다. 결과적으로 민주화에 기여한 큰 사건으로 자리잡았지만 그것은 지금의 위정자들을 위한 것이 아닌 영문도 모른채 학살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다. '민중항쟁'이냐, '민주화운동' 이냐 따위의 용어가 문제가 아니다.

희생자들과 살아 남은 자들은 성인(聖人)도 아니고 영웅도 아니다. 그때의 억울함이 남아 한(恨)이 되었고 그것이 지역 감정으로 표출된다하더라도 욕할 수없다. 또한 그들은 지역감정의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이기도 하다. 정치인들에게 이용당하면서 말이다. 지금까지도 정치인들은 5.18을 미화하고 김대중을 껴안으며 더럽게 살아남으려 한다. 전두환에게 대한민국 정치계의 어른이라며 신년 인사를 드렸던 대선 주자도 광주에 온다. 광주에서 시작된 노풍을 정치공작이라 비웃었던 사람은 제 1정당 당대표이다.

어느 기사에 달렸던 다음 댓글을 기억하기 바란다.

제발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5.18을 미화하여 자기 뜻대로 이용하지 마라. 전교조와 교육부는 용어 한마디에 왈가왈부하지 말고 학생들에게 피할 수 있었던 시대의 아픔을 가르쳐라. 정치인들은 희생자들에게 무언가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느낀다면 처절했던 광주 민중들의 항쟁을 인정해라. 그리고 그런 역사가 재현되지 않도록 해라.


문득 1998년 5.18 기념식이 생각난다. 그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자기 가족을 죽게 만든 장본인을 대통령으로 모신 광주 시민들과 수많은 영령들 앞에 서있는 김대중 대통령의 슬픔도 아닌, 회한도 아닌 쓸쓸한 표정. 이제 그런 표정은 다시 보고 싶지 않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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