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국의 첫 개인전 <여행> 프로필 사진강성국
모노드라마는 아무나 시도하는 장르가 아니다. 어지간히 관록과 인지도를 갖춘 배우가 아니면 감히 모노드라마에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우리나라 연극계에서도 손숙이나 명계남 등 소위 '최고참' 배우들 정도에게나 기회가 주어진다. 한데 '무엄하게도' 그 금기를 깨버린 청년이 있다. 데뷔 3년차, 우리 나이로 올해 고작 스물여덟. 뇌성마비 장애인 퍼포머 강성국이다.
2005년 데뷔 이후 크고 작은 예술제에 참가해 꾸준히 이름을 알리고 있는 그가 대중을 상대로 첫 개인전을 연다. 작년 10월 말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소극장에서 상영한 적은 있지만 본격적인 개인전의 형태를 갖춘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행>이라는 제목이 달린 이 작품을 그는 '퍼포먼스 모노드라마'라 불렀다. 퍼포먼스가 여전히 대중들에겐 생소한 장르임을 감안해 모노드라마의 형식을 빌렸다는 설명이다. 물론 퍼포먼스 고유의 긴장감이나 역동성은 그대로 유지한 채로다.
"나 자신의 이야기니까 가능하다"
젊은 배우들에게 모노드라마 출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이유가 있다. 보통 모노드라마는 인생이나 사랑 등 개인적인 주제에 집중하는 경향이 크다. 그렇다 보니 삶의 연륜이라는 측면에서 젊은 배우들의 단독연기는 관객들을 흡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강성국은 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 장르를 시도하는 걸까. 연출을 맡은 이태호씨의 말을 빌리면 이렇다.
"스무 살 먹은 아가씨가 나와서 인생이 어떻고 사랑이 어떻고 이야기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나이 많은 관중들은 '웃기지 마라'고 할 걸요. 하지만 성국이의 경우는 달라요. 이 작품은 철저하게 강성국 자신의 이야기거든요. 그러니까 나이나 삶의 연륜과는 상관없이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는 거죠."
<여행>은 스무 살이 넘도록 변변한 여행 한 번 해보지 못했던 한 장애인이 첫 여행을 준비하면서 느끼는 설렘과 좌절을 담은 작품이다. 실제로 대본을 만드는 과정에서 강성국 자신의 체험을 상당 부분 반영하기도 했다. 자신의 인생 가운데 한 부분을 그대로 연기하는 것이나 별반 다를 바 없다는 뜻이다. 그 소재가 신체적 장애라면 그만한 적격자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강성국은 자신있게 말한다.
"할 이야기는 충분해. 그래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고."
이번 개인전에서 그는 처음으로 대사 연기에 도전한다. 지금까지 그의 전공은 퍼포먼스였기 때문에 늘 몸짓만 있었을 뿐 대사는 없었다. 하지만 <여행>에서 퍼포먼스는 오히려 부수적인 위치로 밀려났다. '퍼포머 강성국'뿐 아니라 '배우 강성국'의 새로운 모습을 볼 기회다.
일상적인 의사소통에도 어려움을 겪는 그에게 대사를 읊는 일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현장에서 의미 전달이 제대로 안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로 관객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주고자 맹연습 중이다.
"장애를 표현하는 것은 내 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