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로창고극장
삼일로창고극장(이하 창고극장)에서 제작하는 창작뮤지컬 <결혼>이 벌써 6차 공연을 맞는다. 가진 것 없는 빈털터리 남자의 결혼성공담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뮤지컬은 창고극장 궁핍의 근원이다.
초연부터 5차 공연까지의 공연 수입은 차지하고라도, 이렇다 할 공연의 성과도 없다. 그렇게 6차 공연을 맞이하는 창고극장 측 의지는 결연하다.
특히 하반기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연극전용극장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공연 3년 만에 처음으로 제작비의 일부를 지원 받게 되었다. 그동안 극장 운영자금과 공연제작비는 창고극장 대표(정대경)의 사재로 마련되었다.
2004년부터 이 극장을 운영해 온 정 대표는 2005년 창작뮤지컬 <결혼>을 직접 제작하고 연출, 각색, 작곡, 반주, 무대제작, 기획, 홍보까지 혼자 도맡아왔다. 공연이 안정권에 이른 2006년 하반기부터는 공연 서포터들이 직장과 극장을 오가며 정 대표의 일을 조금씩 나눠주고 있긴 하지만 역부족이다.
서포터들이 대부분 학생이거나 직장인이어서 시간 할애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고극장 서포터들의 극장과 뮤지컬 <결혼>에 관한 애정은 그 어떤 예술인들에도 뒤지지 않는다.
때문에 창고극장에서 뮤지컬 <결혼>이 시작되면 어느새 나타나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창고극장 서포터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배우들에게 어느 연출가보다 무서운 존재다. 이미 뮤지컬 <결혼>을 수십 번씩 본 서포터들에게 공연의 질적인 완성도는 연출가 못지 않는 과제라고.
이밖에 무대소품, 극장관리, 온라인홍보도 서포터들의 몫이다. 서포터들 덕분에 뮤지컬 <결혼>은 지난 5월 부산국제연극제에 참가하기도 했다. 참가신청서 작성부터 공연에 참가하기까지 서포터들의 도움이 컸다.
이번에도 창작뮤지컬 결혼의 스태프는 아주 단촐하다. 정 대표와 창고뮤지컬 극단의 단원 둘, 기획요원 한 명이 전부. 역시 부족한 부분은 서포터들이 채워야 한다. 그러나 직장인이거나 학생인 서포터들은 극장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에 어렵기에 항상 일손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창고극장 측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진행된 <외국인을 위한 국악연주회>를 개최했다. 이 공연에는 외국인과 이주노동자들이 초대되어 우리 국악의 흥을 만끽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창고극장 정 대표는 예술이 예술인들만의 잔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며 소박한 연주회를 통해 이방인들과 하나 되는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예술인들도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뜻깊은 일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창고극장의 이번 공연은 대한적십자사와 공동으로 마련한 특별한 이벤트가 진행된다. 헌혈증을 제시하면 티켓 가격의 20%를 할인해 주는 것.
헌혈은 숭고한 봉사행위이기 때문에 헌혈증이 금전적 가치와 교환되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자발적인 헌혈봉사자들을 독려하는 의미에서 헌혈증을 제시하는 관람객에게 티켓가격을 할인해 주기로 했다. 창고극장의 다음 공연 창작뮤지컬 <결혼>의 공식적인 최고 할인율은 20%이다.
2006년 <만원의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초대권 없애기 운동을 주도했던 창고극장 측은 “값싼 공연티켓을 뿌리는 것 보다 관객과 공감할 수 있는 예술의 질적 가치를 높이는 일이 우선되어야 예술현장의 자생력도 확보될 것”이라며 이번 공연의 할인율 인하에 대해 창고극장을 자주 찾는 마니아 관객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말을 남겼다.
창고극장의 하반기 공연은 창작뮤지컬 <결혼>을 시작으로 오프대학로 페스티벌, 명작코미디 페스티벌, 창작극 <미국 가는 길>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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