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이명박 후보의 정상회담 관련 발언, 월권이다

등록 2007.08.23 12:29수정 2007.08.23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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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현 정부의 통치권을 간섭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경선 승리의 기세가 너무도 높고, 치열한 접전을 거쳐 만고 끝에 이긴 승리의 도취가 마치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처럼 착각에 빠지게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명박 후보는 올 10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잔뜩 합의해오면 차기 대통령이 이행해야 하니 걱정이 된다고 했다. 나는 이것이 명백히 현 정부의 통치권을 부정하는 발언이며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또 남북관계를 이명박 후보는 어떻게 바라보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분단된 국가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바는 무엇이며 우리가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인가.

대북 원조는 본질적 특수관계 때문에 불합리한 거래가 독특하게 비논리적인 합목적성을 띤다. 다시 말해, 대북원조 문제는 단일민족이자 분단된 국가의 특수한 국제적 상황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또 선례가 될 수밖에 없는 서독의 대동독 원조를 참고해야 한다. 우리가 통일을 이룩하지 않고 영원히 각기 독립된 국가로 존재하기를 바라고 또 외교, 안보 등 측면에서 그럴만한 여건이 충족된다면 대북원조를 생각할 까닭이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더 본질적으로는 이명박 후보의 발언은 명백히 현 정부의 통치권을 간섭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5년이라는 기간 동안 국정을 통치할 권한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것인데 만약 그 통치권이 차기정권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온전한 정권이 존재할 수가 없는 것 아닌가.

이명박 후보는 알아야 한다. 이 후보는 아직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니며 단지 많은 정당들 중 하나의 정당에서 후보가 됐을 뿐이다. 또 이명박 후보는 설령 자신이 다음 대통령에 선출된다고 하더라도 주어지는 시간이 단지 5년이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이 될 궁리를 먼저 할 일이다. 이명박 후보는 모든 국민이 참여하는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은 게 아니다. 자가당착의 늪에서 나와야 한다. 이명박 후보가 현 정부의 정권을 부정한다면 국민의 주권을 부정하는 것과도 같다.
#이명박 #남북정상회담 #노무현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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