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 위장전입한 '부자아빠'의 장밋빛 공약

[주장] 이명박 교육정책, 어떻게 사교육비 줄이겠다는 것인가

등록 2007.10.10 17:25수정 2007.10.1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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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교육정책 공약을 내놨다.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 입장에서 ‘사교육비를 줄이고 가난의 대물림을 끊도록 하겠다’는 이 후보의 교육정책 공약을 큰 관심을 갖고 살펴보았다.
 
하지만 이 후보의 교육정책이 어떻게 사교육비를 줄이고 가난의 대물림을 끊어줄 수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오히려 서민과 중산층 부모들에게 ‘이 후보가 집권해 자신의 교육정책을 밀고 나간다면 어떠한 경제적 부담을 지고서라도 자녀들을 자립형 사립고에 보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부담과 불안감을 준다.

 

서민과 중산층 자녀에게는 그림의 떡 '자율형' 사립고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9일 여의도 당사에서 교육분야 공약 발표식을 갖고 "연간 30조원에 달하는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며 '사교육비 절반 5대 실천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9일 여의도 당사에서 교육분야 공약 발표식을 갖고 "연간 30조원에 달하는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며 '사교육비 절반 5대 실천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남소연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9일 여의도 당사에서 교육분야 공약 발표식을 갖고 "연간 30조원에 달하는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며 '사교육비 절반 5대 실천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 남소연

이 후보의 교육정책은 자율형 사립고를 비롯한 특성화고 300곳 설립, 3단계 대입 자율화, 영어교육 강화, 학교별 학력정보 공시, 맞춤형 학교지원 등을 골자로 한다.


그런데 ‘자율형’ 사립고는 현재 6곳이 시범운영 중인 ‘자립형’ 사립고와 별 차이가 없으면서 학교 운영에 더 많은 자율성을 주는 것이라고 한다.

 

현재 ‘자립형’ 사립고에 다니려면 수업료와 기숙사비를 합해 연 1천만 원 가까운 돈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실적으로 서민과 중산층 자녀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는 학교가 ‘자립형 사립고’인 것이다.

 

이런 학교를 더 늘리는 것이 어떻게 사교육비를 줄이고 가난의 대물림을 끊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학교별 학력정보를 공시하고 ‘고교 등급제 금지’를 사실상 무력화한다는 대목도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아도 일각에서 ‘강남과 비강남’, ‘도시와 농촌’, ‘특목고와 일반고’ 등등의 기준으로 학교와 학생의 ‘등급’을 매기려는 시도가 이뤄져 교육 양극화를 부채질하고 ‘강남-특목고’에 다니지 못하는 대다수 학생과 부모들에게 박탈감과 상처를 주었다.

 

그런데, ‘유력후보’인 이 후보가 학교와 학생을 서열화하는 정책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으니 ‘사교육 경감’은커녕 ‘높은 등급’의 학교를 가기위한 사교육 열풍이 더 거세지지 않을 것인가.

 

대입 제도에 대해 대학들의 자율성을 확대하겠다는 정책도 걱정이 앞선다. 이 후보는 대학의 ‘자율’을 앞세웠지만 나는 대학들이 ‘무엇을 얻기 위한 자율성’이 더 필요하다는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본다.

 

대학들이 제각각 입시전형을 만들어 학생을 뽑는다면 특정 대학의 입시를 준비하기 위한 사교육 시장이 또 형성될 것이며 여기에 뛰어들지 못하는 서민과 중산층 자녀들은 사실상 ‘공정한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된다.

 

반면 대학들은 그저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내놓는 입시 전형을 사교육 시장에서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부유층 학생들을 골라낼 수 있는 자율성을 갖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대학의 자율성’ 확대는 공교육을 붕괴시키면서 자녀의 교육과 진학을 공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을 ‘빈부격차-교육격차’의 악순환 고리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들 것이다.

 

'부자아빠'의 '부유층 맞춤형 교육 공약'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민주주의 교육제도의 기본이다. 또 저소득층, 서민들의 아이들도 공교육만 제대로 받으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의 균등’이 이뤄져야 양극화 해소, 출산율 저하와 같은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후보의 공약은 이런 대다수 부모들의 희망을 실현시켜 줄 수 있는 것인가? 나는 이 후보의 교육정책 공약이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부유층을 위한 맞춤형 공약’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리고 이러한 공약을 내놓게 된 이유가 ‘자녀 교육을 위해’서는 5번에 이르는 위장전입도 할 수 있었던 이 후보의 ‘부자아빠 마인드’에서 비롯된 것인지 묻고 싶다. 대다수 부모들은 이 후보와 같은 ‘부자아빠’가 아니다. 이 후보가 이 점을 다시 한번 기억해주기 바란다.

 

아울러 이번 이 후보의 교육정책 공약 발표 보도를 보며 언론에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부모 입장에서는 교육정책이 후보를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의 교육정책을 제대로 설명해주는 보도를 찾기 어려웠다.

 

몇몇 힘있는 일간지는 자세한 내용 없이 '사교육비 절반 줄 것'이라는 등의 이 후보 측 표현을 그대로 쓰면서 '3불정책 사실상 폐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다. 유권자들이 정책을 보고 후보를 판단할 수 있도록 이명박 후보를 포함한 각 정당 후보들의 교육정책을 충실히 보도해주기를 바란다.

2007.10.10 17:25ⓒ 2007 OhmyNews
#이명박 #교육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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