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 묘비 동판 도둑 극성으로 골머리

<뉴욕타임스> 구리가격 높아지자 여기저기서 수난

등록 2007.11.26 16:15수정 2007.11.26 16:15
0
원고료로 응원

학교 철문, 도로표지판, 고택의 문짝을 떼 가는 도둑이 있는가 하면 집안의 주춧돌에 묘지의 석물까지 훔쳐가는 특이한 절도 사례가 국내에서도 가끔씩 보도되었다.

 

털이의 표적으로 산사람이나 죽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데, 이는 동서양이 마찬가지인 듯하다. 지난 24일자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뉴욕주 여러 공동묘지에서 묘지 비문을 적은 동판을 훔쳐가는 도둑들의 극성으로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소식이다.

 

카유가는 인구 약 500명 남짓한 뉴욕주 카유가 카운티에 위치한 소읍이다. 이 한적한 시골 에 위치한 레이크뷰 공동묘지 등에서 올해 들어 수십 건의 동판 묘비털이 사건이 발생했다.

 

비문을 적은 동판과 놋쇠로 만든 깃발꽂이 병 수십 개를 도난 당했는데, 카유가 카운티뿐만 아니라 뉴욕주의 다른 지역 및 남쪽 펜실베이니아 주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여 경찰들이 단속에 나섰다.

 

그 결과 이달 초에는 여자 하나가 낀 3인조 묘비 동판털이 일당이 검거되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들은 카유가, 세네카, 웨인 등 3개 카운티 8개 공동묘지에서 동판 20여개와 깃발꽂이 놋쇠 병 등을 훔쳐 동판의 비문을 그라인더로 지우고 작은 크기로 잘라 내다 판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지역은 미국에서도 애국심이 유달리 강한 지역인 데다 피해 묘지가 주로 참전용사들의 것이어서 유족들과 참전용사들의 충격과 분노가 크다고 전해졌다. 이들이 공동묘지의 묘비 동판과 황동 깃발꽂이 병을 노리는 것은 구리 가격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구리 가격이 지난 몇 년 사이 2배 이상 뛰어 구리나 놋쇠는 현재 파운드 당 1달러 85센트로 한화로 환산하면 약 1700원 정도. 도난당한 묘비 동판은 길이가 25cm에서 50cm, 큰 것은 무게가 12~13kg 정도 나가는데 고철로 팔 경우 55달러 정도, 한화로 5만2000원 남짓한 가격이라고 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카유가 카운티 재향군인회장인 니콜라스 발렌티씨는 "동판 절도는 돈이 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절도사건이 이어지자 동판 묘비를 세운 유족들은 무덤이 훼손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가운데 참전용사들은 당국에 절도범에 대한 처벌 강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걸프 전쟁 및 이라크 전쟁 참전 용사인 앨런 갤스터씨는 이 같은 파렴치한 범죄행위에 격분해 뉴욕주 출신 찰스 슈머 연방 상원의원에게 처벌규정 강화를 강력 요청했다.

 

갤스터씨는 묘지 절도 행위를 경범죄로 다루지 말고 중범죄로 처벌할 법안의 추진을 요구했으나 "요청하는 심정은 이해하나 연방정부는 주의 공동묘지에 대해 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어 손 쓸 방법이 없다"는 답변을 듣는 데 그쳤다.

 

묘지 절도 행위를 중범죄로 처벌할 수 없는 사정은 뉴욕주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현재 뉴욕 주법에 따르면 장물의 가치가 1000달러를 넘어야 중범죄에 해당되기 때문에 묘비 동판 절도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장물이 1000달러를 넘지 않더라도 장물이 총포류, 종교적 기념물, 공공 기록물일 경우 시가에 관계없이 중범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서 이 장물 리스트에 참전용사 묘지의 비문 동판도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참전용사 묘비 훼손죄를 중범죄로 처벌할 것을 담은 법안이 뉴욕주 상원을 통과했지만 아직 하원에서 계류 중이다.

 

묘지훼손 범죄행위 처벌강화 법안 추진과 더불어 카유가 카운티에서는 주 경찰이 공동묘지 순찰강화 활동에 나섰다. 묘지 도굴범, 석물 털이범죄 특성상 범인들이 현행법으로 체포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공동묘지에는 주로 담도 없고 문도 없을 뿐만 아니라 평소 사람들의 눈길이 거의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묘지털이범들이 활개를 치지만 잘 검거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처벌강화법과 경찰당국의 순찰 활동이 유족과 참전용사들을 아프게 하는 파렴치한 범죄행위 근절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주목된다.

2007.11.26 16:15ⓒ 2007 OhmyNews
#묘비동판 #카유가 #구리 #뉴욕주 #공동묘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 "우리 오빠" 후폭풍...이준석 추가 폭로, 국힘은 선택적 침묵 김건희 "우리 오빠" 후폭풍...이준석 추가 폭로, 국힘은 선택적 침묵
  2. 2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3. 3 박근혜 탄핵 때와 유사...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박근혜 탄핵 때와 유사...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4.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5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