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숙 카타리나 수녀
이효준
경쟁사회에서 영혼을 저당 잡히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영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온 지 오래 됐다. 오카타리나 수녀사제는 그런 지적에 대해 '전체를 한마디로 표현하는 것은 무리고 Person to Person(사람 개개인 나름)으로 보고 있다'고 답한다.
"사실 너무 바쁘다보니 일에 쫓겨 영성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고 '영성'만을 최고로 쳐 사회를 떠나 혼자 신비 속에서 일은 무시하고 기도하는 것도 전 아니라고 봐요. 영성을 어렵거나 크게 보지 말고 쉽고 작게 볼 수도 있어요. 예로 화장실에 있는 1분간, 아님 잠들기 바로 직전 ‘오늘 내가 상사와 이야기 할 때 좀 껄끄러웠어. 더 좋은 방법은 없었을까?’라고 생각해보고, 또 요즘 유머집도 많이 나오는데 그거 하나 챙겨서는 동료들과 얘기할 때 써먹어서 웃게 해준다던지, 부하 직원이 한 일에 대해 '네가 하니까 다르구나. 멋져!’라고 말해주며 남이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것, 이런 모든 것이 모두 영성훈련입니다."
오카타리나 수녀사제는 성경 중 "빛의 천사, 가면을 쓰고 있다"라는 구절을 들려주며 천사처럼 빛이 다가오는데 그게 천사인지 아닌지 구분이 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속은 안 그런데 겉만 천사인 경우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명예심, 부자가 되고 싶은 욕심에 가려 사회에 기여하지 못하는 삶을 사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자신의 생애를 마치면 결국 '참나'를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성찰할 시간이 없으니 '지금, 이때, 이곳에서' 할 것을 권한다.
다른 종교와의 이해와 화합, 삼소회오카타리나 수녀사제는 여성성직자들의 모임인 삼소회의 회원이기도 하다. 종교간 화합을 위해 여성종교인이 앞장서자는 취지로 88년 탄생한 이 삼소회는 현재 불교의 승려, 원불교의 교무, 카톨릭의 수녀, 성공회의 수녀 등 모두 17여 명.
오카타리나 수녀사제는 99년 원불교 김지정 교무의 권유로 같이 활동하게 됐다. 삼소회 회원들은 매달 한 번씩 모임을 갖고 세계평화와 종교간 화해라는 제목으로 기도를 올린다. 법당에서 혹은 교당에서 혹은 피정의 집에서 만나 각 종교의 방식대로 기도를 드린다고. 모임을 마치고 식당엘 가면 사람들이 삼소회 회원들이 서로 어울려 있는 것을 보고 ‘어머, 평화 그 자체다’라며 감탄한단다.
작년 삼소회 회원들은 세계성지순례를 떠나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영국의 켄터베리 등을 거쳐 티벳 임시정부가 있는 다람살라로 가 달라이라마를 친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특히 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 사이 장벽에 손을 짚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고 평화를 기도했다고 한다.
"다른 종교를 볼 때 왜 저럴까 이상하게 보지 말고, '아 저런 기도방법도 있구나'하며 다름을 존중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절에 가면 스님들이 목탁치고 하는데 해보니까 좋더라고요. 사람들이 신을 존경하는 데 있어서 표현하는 방법이 다른 것이지 어디 나쁜 것을 빌고 그러겠어요?"
멀티사회와 어울리는 성공회 정신성공회의 본토는 영국으로, 헨리 8세가 캐서린 왕비와의 결혼무효 소송을 내며 로마교회와 갈라선 것이 출발이 됐다. 이후 구교와 신교 사이의 극단적인 것을 지양하고 서로의 장점을 포용하려는 전통을 세워와 오늘날 세계교회 일치운동을 펴기도 한다. 현재 영국 성공회보다 자본과 신자 수에서 앞선다는 미국 성공회가 동성 결혼은 물론 동성애자 주교를 허용하고 있어 화제가 되기도 한다.
한국에 성공회가 들어온 것은 1889년 코프(C. Corfe) 신부가 초대 한국 주교로 영국에서 서품되면서였다. 한국에서 역시 성공회는 상당히 유연하고 사회참여적인 종교로 인식되는데 일제 식민통치시절 항거는 물론 70~80년대 한국 민주화투쟁의 산파역할을 했다.
서울 주교좌성당은 1987년 6월민주항쟁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오카타리나 수녀는 "앞으로 아프리카에서도 대주교가 나올 전망이"이라며 "성공회는 인종과 성별, 국가를 넘어 멀티 사회를 수렴할 수 있는 종교"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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